괴산군청 '술꾼 공무원' 시상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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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술 많이 마신 공무원이 표창을 받는다?' 이런 황당한 일이 충북 괴산군에서 실제로 발생했다. 1일 오전 9시 괴산군청 회의실에서는 전 직원 610명이 참석한 가운데 임각수 군수 주재로 색다른 시상식이 열렸다. 임 군수는 5급(과장).6급(계장).7급 등 직원 3명에게 공로패를 전달했다. 공로패에는 "직원 화합과 지역 경제 살리기에 헌신 노력한 공이 크므로 이 패를 드립니다"라고 적혀 있었다. 이들은 부상으로 건강팔찌(2만원 상당)와 부부 동반으로 2박3일간 제주도를 여행할 수 있는 티켓을 받았다.

하지만 이들의 공적에 대해 논란이 일고 있다. 근무를 끝낸 뒤 관내 음식점이나 주점에서 직원이나 주민들과 술을 자주 마신 게 공적이다. 이 때문에 주당(酒黨) 공무원이 상을 받았다는 뒷말이 나온다. 이들은 지역에서 20여 년 넘게 공직생활을 하면서 지역 업소를 많이 이용한 점을 높게 평가받았다. 그래서 괴산군 공무원들은 공로패 이름을 '음주문화상'이라고 부른다.

군은 14개 실.과에서 두 명씩 추천받아 직원과 지역 식당.주점의 의견을 반영, 최종 선발했다. 군 관계자는 "야간에 읍내 식당.주점에 손님이 별로 없어 심각한 경기 침체에 시달리고 있다. 건전한 음주문화로 지역 상권 살리기 등에 기여한 공무원에게 상을 준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상을 받은 공무원들은 술을 많이 마셔도 업무엔 빈틈이 없는 직원"이라고 덧붙였다.

공로패를 받은 한 직원은 "일주일에 2회 이상 한 번에 소주 2병 정도는 거뜬하다"며 "사람 만나는 것을 좋아해 술을 즐겨 마시지만 업무에 문제가 생긴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주민들의 반응은 냉소적이다. 한 주민은 "군이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 각종 아이디어를 짜내는 것은 이해하지만 술을 많이 마시는 공무원에게 상을 주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괴산=김방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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