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화랑가 구미 첨단미술전 러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본격적인 시즌을 맞은 봄 화랑가에 서양 현대미술의 최신경향을 보여주는 외국작가 작품전이 풍성하게 열린다.
이 전시회들은 자연을 캔버스로 이용한 소위 「대지미술」로부터 트랜스 아방가르드, 개념미술 등 다양한 첨단미술의 흐름을 선보인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또 전시 작가들이 직접 내한해 자신의 작품세계를 설명하고 현장작업도 벌임으로써 관람객들의 이해을 돕는다.
4월 화랑가에서 한꺼번에 열리는 외국전시회들은 크리스토전(21일∼4월4일·갤러리현대, 갤러리 서미), 이탈리아현대미술-트랜스 아방가르드전(4월4∼20일 호암아트홀), WORDS전(4월8∼20일·국제화랑), 이스라엘 현대조각전(25일∼ 4월24일·국립현대미술관)등.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크리스토(57)는 불가리아출신 작가로 지난 58년부터 물체·다리·건물·섬 등을 천으로 감싸는 이른바「대지미술」을 창시해 세계적 명성을 얻고있다.
64년이후 미국에 정착한 크리스토는 69년 호주 시드니만의 일부를 천으로 덮는 거대한 설치작업을 비롯해 85년 파리센강의 퐁뇌프다리를 황금색 천으로 둘러싸 세계적인 화제를 불러일으켰으며 84∼91년에 걸쳐 미국과 일본의 계곡·벌판에 직경 5m의 대형우산 3천1백여개를 설치하기도 했다.
그의 이 같은 작업은 자연과 인간(예술)을 연결시킴으로써 새로운 미술의 영역을 넓혔다는 호평을 받아왔다.
이번 첫 한국전에서는 그 동안 계속해온 대지미술 작업의 드로잉·사진, 새로운 작품계획도, 소형 오브제 등이 선보인다. 또 작가가 직접 내한해 자신의 작품세계에 대한 강연회도 갖는다.
이탈리아 현대미술-트랜스 아방가르드전은 소위 「이탈리아의 3C」로 불리는 엔조 쿠키·산드로 키아·프란체스코 클레멘테와 밈모 팔라디노 등 대표적 작가 4명의 작품 40여점이 소개된다.
독일의 신 표현주의, 미국의 뉴페인팅과 함께 80년대 이후의 주요 미술조류를 형성한 트랜스 아방가르드운동은 60∼70년대에 풍미했던 모더니즘과 다원주의에 반발, 이들이 무시했던 이미지 표현을 강조한 새로운 미술사조.
이 때문에「회화로의 복귀」 「이미지 재등장」으로 불리기도 하며 국내화단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주었다.
이번 전시회에 맞춰 이 용어를 탄생시킨 평론가 아킬레 올리바가 작가 키아와 함께 내한해 강연을 가질 계획이다.
WORDS전은 60∼70년대에 걸쳐 「언어」를 미술의 영역에 차용함으로써 현대미술의 표현을 형이상학적이고 개념적 차원에까지 확대시킨 선구적 미국작가 9명의 작품을 국내에 처음 소개하는 것이다.
이 전시회는 특히 출품작가의 반수를 전속작가로 둔 뉴욕의 세계적 화랑인 레오 카스텔리 화랑의 협조로 이뤄지는 것으로 국내화랑의 국제적 위치를 한 단계 발전시킨 기획전이기도 하다.
출품작가는 89년 베네치아비엔날레 대상 수상작가인 제니 흘처를 비롯, 에드워드 루시아·조셉 코수드·브루스 나우만·로렌스 워너·바바라 크루거·로버트 베리·윌리엄 애너스타시·아라카와 등 미국 미술시장에서 각광받고 있는 작가들이다.
이 가운데 로렌스 워너가 직접 내한해 작가의 기초도면에 의한 현장작업을 벌이고 전시 기간 중에 작가들의 작품세계가 담긴 비디오가 상영될 예정이다.
이스라엘 현대조각전에는 일란 아버부흐·핀커스 코헨 간·다니 카라반 등 이스라엘이 자랑하는 대표적 조각가 47명의 조각과 드로잉·판화 90여점이 선보인다.,
지난 88년 이스라엘 건국 40년을 기념해 조직된 이 전시회는 그 동안 미국의 브루클린 미술관을 비롯해 멕시코·네덜란드·이탈리아·폴란드·일본 등을 순회해 호평 받았었다. <이창우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