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 총리­영 왕실 “관계불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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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호주의 앞날은 독립에 있다” 공화정 주장/여왕 등에 손댄것은 “불경죄”… 영 언론 발끈
영연방 호주의 폴 키팅 총리가 호주의 국가원수이기도 한 엘리자베스 영국 여왕의 호주방문을 맞는 자리에서 호주의 독립을 국가목표로 내세운데 이어 금기시돼왔던 「종주국」 영국에 대한 강한 비판론을 전개,영국인들은 물론 국내 반대파로부터도 분노를 사고 있다.
키팅 총리는 지난 24일 엘리자베스 여왕을 위해 베풀어진 만찬석상에서 『호주의 앞날은 독립에 있다』고 선언,호주의 공화정이행을 강력히 주장하고 나선 것.
이어 27일 개최된 국회에서 야당 자유당 의원들이 『키팅 총리는 여왕에 대한 큰 결례를 범했다』고 성토하자 키팅 총리는 『영국은 우리나라를 업신여긴 국가』라며 야당 의원들을 오히려 질타하고 나섰다.
키팅 총리는 2차대전중 영국이 ▲말레이시아반도와 싱가포르를 방기,일본군의 침략을 방조했고 ▲호주를 지키기 위해 유럽주둔 호주군을 철수시키는 작전안을 거부한 사실들을 일일이 열거하면서 양국을 강도높게 비난했다.
키팅 총리는 야당에도 포문을 돌려 『야당은 호주를 50년대로 돌려놓으려고 기도하고 있다』고 비난하면서 『보수당(자유당의 전신)의 영웅 로버트 멘지스 전 총리는 호주에 대한 긍지를 갖지 못했던 인물』이라고 공격했다.
영국 언론들도 키팅 총리가 엘리자베스 여왕의 등에 손을 대면서 여왕을 안내한 것은 여왕에 대한 「불경죄」에 해당한다고 분노를 표시하고 총리부인도 남편의 무례를 배운듯 두번씩이나 여왕에 대한 인사를 생략했다며 흥분했다.
작은 해프닝으로 끝날 수도 있는 이번 사건이 호주내에서 일고 있는 반영 기류와 맞물릴 경우 키팅 총리와 영국 왕실간에 일고 있는 파문은 내년 호주 총선거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으로 현지 정치분석가들은 전망하고 있다.<진세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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