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한 사랑] 뱀탕은 과연 특별한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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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스트

찰스 다윈은 육지로부터 수백km 떨어진 고도(孤島) 갈라파고스섬에 사는 동물들의 생태를 보고 그것들이 해류를 타고 북미 또는 중미, 그리고 남미 등 각기 다른 방향으로부터 이민해 오면서 그 전의 서식지에 있을 때와 형태학적으로 크게 달라진 걸 알았다.

이를 통해 동물이 환경의 변화에 따라 진화한다는 사실을 추론해 냈다고 한다. 그 예로 그 전에 살던 곳에서는 직선으로 뻗어 있던 벌새의 주둥이가 갈라파고스에서는 특이한 식물의 꽃 때문에 갈고리처럼 아래쪽을 향해 구부러진 것 같은 신체구조의 변화를 들었다.

이것은 모두 생존의 편의를 위해 신체적 구조나 생리가 변화한 것으로 이를 생물학적으로 진화라고 부른다. 그러면 생존을 위한 본능 쪽에서만 진화가 일어나고 종족의 번식을 도모하는 성욕과 성 행동의 방향에서는 그것이 없었느냐 하면 그런 것은 아니다.

많은 남성이 큰 페니스를 원하는데 그것이 생물학적으로 꼭 필요한 것이라면 앞으로 그런 쪽으로 진화가 꼭 이루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 예로서 미끄러운 점액질 분비로 피부감염을 막는 개구리 등 양서류들은 체외수정을 하는 관계로 암놈의 등에 업혀야 실수 없이 수정을 달성할 수 있고 그런 이유로 해서 수놈의 엄지발가락 안쪽에 두툼한 돌기가 달려있다. 그래야만 암놈을 껴안을 때 빠져나가는 일이 없기 때문이다.

비뇨기과 외래에서 환자들을 상담하다 보면 아내가 진정으로 섹스를 원할 때 남편이 그 욕정을 충족시켜 주지 못하다가 가사 업무에 지쳐 녹다운된 상태에 있을 때 그것을 원한다는 불평을 자주 듣는다. 아내가 원할 때 발기가 안 돼서 일을 성사시키지 못했다는 불만을 가진 남성도 있다. 이런 때 차라리 인간의 섹스가 동물적 수준에서 차라리 진화하지 않았더라면 이런 불상사는 없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을 느낀다.

예를 들어 호주에 사는 유대류 다람쥐의 페니스는 성기 속에 감정에 의해 조절되는 해면체 대신에 음경골이란 지주목이 들어 있어 언제라도 암놈의 질 속에 삽입, 교미를 완수하도록 되어 있다. 애써서 발기되기를 기다릴 필요가 없다. 더구나 그 음경골 끝은 톱니 모양으로 들쭉날쭉하게 되어 있어 애써 큰돈을 들여 음경확대술을 받지 않아도 암놈의 성감대를 자극하기에 아주 편리한 형태로 생겼다.

동물의 생태에 따른 요구로 성 기능이 특별하게 진화한 동물에는 뱀이 있다. 뱀의 수컷에는 두 개의 페니스가 달려있다. 그리고 그 끝에는 각질로 된 날카로운 손톱 같은 가시가 여러 개 돌출해 있다. 일단 성기가 결합되면 빠지지 않고 수정될 때까지 그런 교합상태를 유지하도록 하기 위한 안정장치다.

이 수컷의 두 개의 페니스에 맞춰진 듯 암컷에게는 물론 두 개의 구멍이 있다. 암컷의 몸속에 들어간 페니스가 두 개의 구멍에 걸리게 되면 여간해서 빠지지 않는다. 그렇게 얽힌 상태로 그들은 짧으면 5시간, 길면 밤새도록 교미를 계속한다. 이런 뱀들의 강렬한 교미 능력 때문에 인간들이 뱀탕을 정력제의 으뜸으로 생각하게 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호주를 상징하는 캥거루란 포유동물도 두 개의 질을 가지고 있다. 한 가지 차이가 있다면 좌우의 수란관 밑에 각각의 질을 가지고 있지만 그것이 출구 근처에서 Y자 형으로 서로 융합되어 한 개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그런 암컷의 성기에 맞추어 수컷의 페니스도 묘하게 Y자형 질에 맞게 끝이 두 갈래로 나뉘어 있다. 결국 캥거루의 암컷은 한꺼번에 두 개의 질로 다른 동물의 두 배나 되는 자극을 즐기는 셈이 된다.

필자의 클리닉에도 두 개의 질을 가지고 태어난 중년 부인이 진료를 받은 적이 있었다. 그런 부인을 가진 남편은 두 사람의 아내를 가진 것과 다름 없겠는데도 다른 여자와 바람이 나서 아내를 돌보지 않는 것을 보면 세상은 참으로 요지경이라는 생각을 버릴 수가 없다.

곽대희 피부비뇨기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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