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개봉한 '300' 페르시아 문명 모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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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핵 개발을 둘러싼 미국과 이란의 갈등이 영화로까지 번지고 있다. 이란 정부와 언론은 이 달 초 미국 등 서방에서 개봉한 잭 스나이더 감독의 역사 영화 '300'(사진)을 강력히 비난했다. 할리우드가 미 정부에 앞서 이란을 공격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란 대통령실 문화수석 자바드 삼카드리는 13일 "이 영화는 심리전을 위해 제작됐다"며 "이란 역사를 강탈하고 페르시아 문명을 모욕하고 있다"고 악평했다. 골람 호세인 이란 정부 대변인도 "문화적 침입은 이방인들이 항상 쓰는 전술"이라며 "이 같은 문화 왜곡도 적대적 행위에 해당한다"고 항의했다.

7000만 달러(약 660억원)를 들여 제작한 '300'은 기원전 480년 제3차 페르시아 전쟁 당시 그리스 테살리아 지방에서 벌어진 테르모필레 전투를 소재로 한다. 스파르타 정예군 300명이 페르시아의 100만 대군을 맞아 싸웠지만 내부자의 배신으로 전원이 장렬하게 전사하는 내용이다. 역사와 액션을 가미한 이 영화는 미국에서 개봉한 3월 첫 주말에만 제작비보다 많은 7089만 달러의 수입을 기록해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

이란 언론은 이 영화가 자신의 조상을 야만인에 가깝게 표현했다며 격분했다. '300'은 기존의 할리우드 영화와 마찬가지로 서방의 스파르타군을 영웅으로 묘사한 반면 페르시아의 크세르크세스 왕은 극악무도한 군주로 표현했다는 것이다.

이란 개혁파 일간 아얀데-노는 13일 "현재도 우리를 '악의 축'으로 지목하는 서구가 우리의 조상까지도 잔혹한 살인자로 몰아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카이로=서정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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