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교생 살인·방화사건/변협,검찰에 재수사 촉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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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경찰수사는 명백한 오류/외부인 범행 가능성 높아”/자체조사 결과 보고서 보내
대한변호사협회(회장 김홍수)는 18일 서울 마포 국교생 피살·방화사건에 대한 자체조사결과 경찰이 기초적인 조사를 소홀히 하고 서둘러 오빠 권모군(10)의 자백을 받아냄으로써 범인을 서둘러 단정했다는 강한 의구심을 갖게 하며 수사과정에서의 비민주성도 확인됐다고 밝히고 검찰이 즉시 재수사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변협은 이날 김홍수 회장명의로 정구영 검찰총장 앞으로 조사결과 보고서와 함께 공한을 보내 『검찰이 즉시 재수사에 착수해 진상을 규명함으로써 국민들의 의혹을 풀어줘야 할 것』이라고 요구했다.
변협은 이 사건의 경찰 수사과정에 의문점이 많다는 지적이 보도되자(중앙일보 10월23,24,25일자) 인권위소속 안상수 변호사등 2명으로 조사단을 구성,자체조사활동을 해왔었다.
현재 이 사건은 서울지검 서부지청에 송치되어 있으며 검찰은 수사 의문점이 드러나자 지난달 전면 재수사에 나선다고 발표했었다.
변협은 보고서에서 피살된 미경양(9)의 사인에 대해 『내부 장기에 손상이 없는 질식사라는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부검결과로 보아 오빠 권군이 부엌칼로 미경양의 복부를 찔러 살해했다는 경찰 수사는 명백한 오류』라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교살의 경우 설골 골절상 등이 일반적이나 어린이는 힘이 약해 상해없이도 교살이 가능하다』며 『미경양의 목에 전기줄이 감겨 있었다는 사실은 「질식사」라는 부검결과와 일치하며 따라서 외부인에 의해 목이 졸렸다는 권군 진술에 신빙성이 있다』고 밝히고 외부인에 의한 범행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이어 국립과학구사연구소에 확인한 결과 미경양 시체에서 의류성분이 검출되지 않았다고 밝히고 『이는 사망당시 옷을 입고 있었다는 경찰의 주장과 어긋난다』며 『오히려 방에 들어가니 미경양이 발가벗겨진 채 피를 흘리고 있었다는 권군의 진술이 객관적 사실에 부합된다』고 덧붙였다.
보고서는 방화방법에 대해 『미경양의 시체에서 인화물질 성분이 검출된 점으로 미루어 시체에 석유·벤젠등 인화물질을 끼얹은 뒤 불을 붙였다고 볼 수도 있다』며 권군이 이불에 불을 질렀다는 수사결과에 의문을 제기하고 화재감식결과와 이 사건과의 관계성에 대한 규명을 요구했다.
보고서는 이와 함께 ▲사건직전 권군집 현관에서 외부인의 것으로 보이는 랜드로바 가죽신발을 목격했다는 권군 친구 노모군(10)의 진술이 묵살된 점 ▲권군이 칼로 찔렀다면서도 손에 혈흔이 발견되지 않은 점 ▲증거물로 압수된 식칼에 대한 혈액감정을 하지 않은 점 등에 의문을 나타냈다.
변협은 또 『10세밖에 안된 어린이를 밀실이나 다름없는 곳에서 하루 10여시간씩 번갈아 심문하고 지능적인 성인범에게나 사용해온 회유 등의 수사기법을 쓴 것은 아동학대며 중대한 인권침해』라고 주장했다.
변협은 특히 『경찰이 시체부검결과는 10월21일 판명됐는데도 자백을 뒷받침할 만한 보강증거수집도 제대로 안된 상태에서 사건발생 7일만인 10월6일 수사결과를 서둘러 발표하고 수사본부를 해체한 것은 수사 미진이라기보다 수사포기』라고 비난하고 조속한 진상규명과 함께 잘못이 드러날 경우 관계자들의 엄중문책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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