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힐뻔 했던 「뺑소니차 노인치사」/두경관 끈질긴 추적 12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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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현장 훑으며 플래카드도 내걸어/목격자 전화제보 택시 54대 조사/잠복 근무로 일일이 확인… 19세 운전사 검거
영구 미제가 될 뻔했던 뺑소니사고가 사건을 담당한 경찰관의 끈질긴 추적끝에 사건발생 12일만에 범인이 붙잡혔다.
범행을 목격한 시민들의 신고 정신,사건을 담당한 형사의 끈질긴 추적수사가 얼마나 중요한가를 새삼 일깨우는 사건이었다.
◇사건 개요=지난달 25일 오전 7시32분쯤 서울 전농4동 앞길에서 길을 건너던 김윤규씨(62·서울 전농4동 295)가 뺑소니차에 치여 숨졌다.
사고가 나자 가족들은 『범인이라도 밝혀내 죽은 사람의 억울한 한을 풀고 싶다』며 현상금 3백만원까지 내 걸었으나 목격자는 나타나지 않았고 사고현장에는 부서진 차량조각마저 한점 남아 있지 않았다.
◇추적=사건은 교통사고 처리반에서 곧바로 서울청량리경찰서 형사계 강광식 경장(36)·고종석 순경(33)등 2명에게 넘겨졌다.
뺑소니사고는 대부분 사고처리반에서 형사계로 넘겨져 한달 남짓 시간만을 끌다 영구미제 처리되는 관례대로였다. 그러나 강형사등은 우선 현장주변의 구멍가게등 점포 20여곳을 샅샅이 훑어나가며 처음부터 수사를 다시 시작했다.
주변의 가스판매소·오토바이점포 종업원들로부터 『사고차량이 택시였으며 운전사가 키가 큰 것 같았다』는 진술을 얻어냈다.
강형사 등은 사고당시 출퇴근시간이므로 반드시 목격자가 있을 것이라고 보고 현장주변에 플래카드를 내걸었다.
「목격자를 찾습니다. 10월25일 아침 7시에 로터리부근에서 사람을 치어죽인 뺑소니택시의 번호를 보신 분은 제보를 바랍니다」는 내용이었다.
이틀만인 지난달 31일 청량리경찰서 형사계에 40대남자의 전화가 걸려왔다.
『사고차량번호가 3494번이나 9434번인 것 같았다』는 제보였다.
강형사 등은 서울시내 전체 차량번호수배에 나서 이같은 번호의 차량이 54대임을 밝혀냈다.
◇검거=강형사 등은 서울시내 변두리 택시회사를 뒤져 차량들에 부착된 타코미터기를 조사,사고 시간대에 차량이 서 있었는지의 여부를 확인하는 과정을 통해 1주일만에 용의차량이 4대로 압축됐다.
강형사 등은 범인이 도주할 것을 우려,이들 차량 4대가 최근에 수리했는지 여부를 조사했고 사건발생 12일만인 5일 이중 K운수택시 한대가 무허가 수리업소에서 차체의 찌그러진 부분을 고쳤고 사고시간대에 현장을 통과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강형사 등은 결국 잠복근무끝에 출근하는 K택시 스페어운전사 고모군(19·서울 답십리2동)을 붙잡아 범행일체를 자백받았다.
◇두형사=강경장·고순경은 경찰에 투신한지 6년·1년째로 『시민들의 신고만 있다면 뺑소니사고의 80%는 해결될 있을 수 것』이라며 『사고를 목격하면 피해자가족들의 안타까운 심정을 생각해 다소 귀찮아도 신고해 달라』는 당부를 잊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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