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시론

기상 오보를 막으려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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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지금까지 우리의 기상기술은 레이더.기상위성수신기 등 관측장비와 수퍼컴퓨터의 도입과 함께 선진국의 기술을 이전하거나 응용하는 수준의 예측기술에 의존했다. 한국은 이제 선진국 진입을 눈앞에 두고 세계 경제규모 12위권 내에 있으며, 국민과 기업의 기상정보 수요가 기하급수로 증가하고 있어 기상예보기술 수준도 도전적인 도약이 필요하다.

지금 기상청 예보관들이 자부심을 갖고 장인정신으로 기상예보를 내고 있을까. 그보다는 계속되는 오보에 대한 빗발치는 비난에 풀이 죽어 있다.

그러면 어떻게 하면 기상 오보를 줄일 수 있을까. 우선 예보관 수를 늘리고 국내외에서 첨단예보 교육과 기술습득의 기회를 갖게 해야 한다. 순환보직의 틀을 깨고 평생을 기상예보 전문가로 남을 수 있도록 관료체계를 터놓아 예보관의 대우와 사기를 진작하는 과감한 정책을 펴야 한다.

우리의 지상 기상 관측장비 보유와 관측망은 선진국에 뒤지지 않는다. 그러나 한반도는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고 북쪽은 관측정보를 얻기가 어렵다. 남한지역은 관측의 관점에서 보면 섬과 같은 형국이어서 가까운 주변의 관측정보가 거의 없는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다. 또 관측장비와 자료의 활용도와 질적 수준이 낮아 정확한 예보를 생산하는 데 한계가 있다. 이를 보완해 예보기술에 접목할 레이더.기상위성 같은 원격탐사 자료의 활용성도 일차적 수준에 머물러 있다. 관측자료를 예보에 활용할 기술개발이 급선무인 것이다.

현대 예보기술은 크게 둘로 나뉜다. 예보관이 이론지식이나 예보경험에서 이룬 주관적.정성적 예보기술과 수치예보에서 생산되는 객관적.정량적 예보기술이다. 두 예보기술은 서로 보완적이며, 예보기술의 발전을 위해 서로 되먹임의 관계에 있다. 최근 수치예보기술이 발전하면서 예보관이 수치예보에 지나치게 의존, 예보기술 수준이 제자리걸음인 것 같다. 최종 예보는 예보자인 사람이 결정한다. 예보관은 창의적이고 독자적인 예보기술 개발을 통해 최고전문가로 거듭나야 한다. 예보관은 수치예보에서 정보를 받고, 수치예보의 계통적 오류를 개선하도록 예보관의 기술영역을 확대해야 한다. 결국 관측자료 활용기술, 수치예보기술, 예보관의 예보기술은 기상청 인력관리의 융통성과 정부의 충분한 지원만 있다면 어렵지 않게 해낼 수 있는 소프트웨어 기술개발에 달렸다.

한정된 예산과 인력을 집중해 초단기예보기술과 중기예보기술을 발전시킬 정책과 관리가 우선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어떠한 예측력도 향상될 수 없고, 결국 기상재해에 대비하지 못하게 된다. 예보기술 개발을 위한 정부의 집중 투자가 시급하다. 일본은 진작 기상선진국이고 중국은 풍부한 인력과 지원을 앞세워 곧 우리 예보기술을 앞지를 기세다. 동아시아 국가들이 인력과 예보기술 협력을 통해 중기예보를 공유하면 각국이 비용을 절감할 뿐만 아니라 중기예보 기술 발전에 상당한 시너지효과가 있을 것이다. 세계 제일의 중기예보를 생산하는 유럽중기예보센터와 같은 동아시아중기예보센터를 설립하는 방안을 한.중.일 3국이 적극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이동규 서울대 교수·지구환경과학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