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집단행동 징계와 두둔의 변/제정갑 사회부기자(취재일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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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내무부와 경찰간의 지휘권한을 둘러싼 대립과정에서 불거져나온 경찰대학출신 경찰간부들의 항명성 집단행동을 놓고 징계론과 두둔론이 팽팽히 맞서 경찰내부가 열병을 앓고 있다.
우선 경찰 내부에서 상당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 두둔론은 『문제의 성명이 주의 주장이라기 보다는 완곡한 의사표현이며 경찰의 분위기를 반영한 것인 만큼 공연히 긁으면 부스럼이 된다(?)』는 다소 현실적인 고려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사실 외부에서 경찰을 어떻게 보건간에 이 성명은 치안본부의 허리격인 총경급 간부들이 집단반발 움직임을 보이는 가운데 경찰대학 1·2기 출신인 경감·경위급 14명이 경찰입장을 대변한 것이었다. 더욱이 그동안 눌려지내왔던 경찰로서는 상대가 누구이든간에 경찰청 독립을 계기로 한판승부를 걸어 승리했다는 한풀이성 도취감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 경찰고위직이 쉽게 징계의 메스를 댈 수 없는 고뇌이기도 하다.
반면 징계론은 계급조직으로서 상명하복의 관계를 조직의 근간으로 하고 있는 경찰의 집단행동을 묵인할 경우 자칫 공무원사회의 위계질서가 붕괴될지도 모른다는 원칙론을 앞세우고 있다.
특히 6공출범이후 노사분규·각종 시위·집단민원등 혼돈을 겪은 일반국민들에게는 경찰의 집단행동이 무질서의 방임으로 비치고 있다는 점을 간과할 수 없다.
경찰내부에서 보는 경찰상은 권력의 바람이 부는대로 휘어지고 꺾이는 나약한 갈대로 자신을 비하한다 하더라도 일반 국민들에게는 피부에 와닿는 공권력으로서 질서의 수호자가 되길 기대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목적의 옳고 그름을 따지기전에 절차의 적·불법을 가려 단속하고 처벌해야할 경찰이 스스로 절차를 무시했을때 치안행정의 뿌리가 흔들린다는 우려를 쉽게 떨쳐 버릴 수 없다.
8월1일 발족되는 경찰청 독립은 경찰의 「홀로서기」보다는 「거듭나기」의 계기가 돼야 한다.
물리적인 힘을 갖춘 거대한 공룡으로서 자신을 제어할 수 없는 조직이 될지도 모른다는,국민이 경찰에 대해 갖고 있는 부정적 인식을 불식시켜야 한다. 각종 경찰관의 비리·사고를 극히 일부분의 부작용으로 해석하려는 축소지향의 기강해이를 떨쳐 버려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자질향상의 내실과 자성의 노력이 있어야 할 것이다.
항명성 집단행동에 대한 처리도 국민의 눈이라는 기준에서 처리될때 경찰의 중립성 확보와 독립이 비로소 의미를 갖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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