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통 '진보 50% 할당'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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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위원 구성을 둘러싼 김상근 수석부의장의 23일 발언이 파문을 낳고 있다.

김 부의장이 "통일은 보수적(保守的) 가치가 아니다"며 보수층 인사보다는 진보성향의 인물로 자문위원 비율을 늘려가겠다는 뜻을 밝힌 데다 지자체장 적극 영입 방침 등 발언 내용에 오해를 살 대목이 적지 않은 때문이다.

김 부의장의 발언은 무엇이 문제인가. 우선 헌법적 가치인 민주평화통일을 특정 성향을 가진 인사들의 전유물로 규정했다는 점에서 문제라는 지적이다. 그는 "민주평화통일은 진보적 가치"라고 단언했다.

기자들이 '논란의 소지가 있다. 민주평화통일이 진보적 사람들만의 가치란 얘기냐'고 재차 확인했지만 그는 "예"라며 생각에 변함이 없음을 강조했다. 자문위원을 특정 성향별 비율에 따라 구성하겠다는 구상도 반발을 살 소지가 있다.

2005년 12기 자문회의 구성 당시 4명 중 3명꼴로 위원을 교체한 데다 열린우리당 소속 인사들의 진출이 두드러지자 한나라당과 보수층에서는 "노무현 정권의 코드 맞추기"라고 비판했다.

평통은 당시 "개인.단체별 인선방식의 변화 때문이지 특정 성향을 염두에 둔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김 부의장은 이번에 아예 '50%는 진보, 나머지 50%는 보수.중도'로 기준을 제시했다.

13기 자문위원 구성이 12월 대선을 불과 5개월 앞두고 이뤄진다는 점은 특히 야당이 경계하는 대목이다.

해외대표 1600여 명을 포함해 1만7000여 명에 이르는 자문위원들은 대개 지역.직능별로 대표성을 갖고 적극적 활동을 하고 있다.

시장.군수.구청장이나 시의원.군의원 같은 지자체 인사들의 평통 참여를 높이겠다는 것도 선거를 앞둔 포석으로 반발을 살 수 있다. 한나라당 이주영 의원은 "민주평통이 특정 이념의 단체가 돼서는 안 된다"며 "노무현 정권의 편가르기 의도가 아닌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민주평통 관계자는 "초정파적이고 범국민적 참여를 이끌어 내는 자문회의를 구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13기 평통은 다음달 자문위원 구성 방침을 확정해 5월까지 자문위원 선정을 마치고 의장인 노무현 대통령의 재가를 받아 7월 출범한다.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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