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북방 4개섬 해법 찾겠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6면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일본 외교의 마지막 숙제인 '북방 4개 섬'해법 마련에 나섰다.

일본과 러시아 정부는 23일부터 이틀간 모스크바에서 첫 차관급 전략대화를 갖는다. 일본의 야치 쇼타로(谷內正太郞) 외무차관과 러시아의 안드레이 데니소프 제1외무차관이 참석하는 이번 회담에서는 북한.이란 핵문제 외에 정치.경제 등 양국 간 관계강화를 위한 현안들이 논의될 예정이다. 일본 정부는 오랜 영유권 분쟁인 홋카이도 북부 북방 4개 섬(일본명 북방영토, 러시아명 쿠릴열도) 문제 해결을 위한 실마리를 찾겠다는 방침이다.

◆한.중 이어 러시아 외교에 정조준=지난주 아베 총리는 한 기자회견에서 "일.러 관계에는 많은 가능성이 숨겨져 있다. 가능성을 개척해 나가겠다는 게 나와 푸틴 대통령의 생각"이라고 밝혔다. 총리의 한 측근은 "총리에게 러시아는 외교의 원점"이라고 말한다. 아베 총리는 1980년대 소련과의 관계개선에 진력했던 부친 아베 신타로 전 외상의 비서로 활동하며 러시아와 인연을 맺었다. 지난해 9월 한 연설에서도 러시아를 "중요한 이웃나라"라고 불렀다.

취임 직후 외교적으로 교착상태에 있던 한국.중국을 순방하며 관계개선을 위해 노력한 아베 총리가 이번에는 러시아와의 관계를 정상화해 정상 간 상호 방문의 길을 열겠다는 생각이다.

◆'면적 균등분할론' 논의될까=일본이 러시아에 반환을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는 북방 4개 섬은 1855년 최초의 러.일 통상조약(시모다 조약)으로 일본 영토가 됐다. 그러나 일본이 제2차 세계대전에서 패한 뒤 러시아가 이 지역을 점령.관할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81년 내각회의에서 2월 7일을 '북방영토의 날'로 제정한 데 이어 북방영토 문제 해결을 위한 법안도 만들었다. 학교 역사교육은 물론이고, 92년부터는 4개 섬에 살고 있는 러시아인들을 상대로 일본 문화를 가르치고 있다.

일본에서는 영토분쟁의 해법으로 4개 섬의 영유권을 면적 기준으로 절반씩 나눠 갖는 '면적분할론'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일본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오타 아키히로(太田昭宏) 일본 공명당 대표와 데니소프 차관이 중국과 자국 간의 영토분쟁 해결 선례를 예시하며 면적분할론으로 분쟁을 해결할 수 있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러시아는 2004년 하바롭스크 인근 도서를 둘러싼 국경분쟁 지역을 중국과 정확히 절반으로 분할하는 내용에 합의했다.

그러나 러시아 외무부의 한 고위관리는 17일 홋카이도신문과의 인터뷰에서 "56년 체결된 소.일 공동선언에 포함된 하보마이.시코탄 2개 섬 인도 이상의 양보는 생각해본 적이 없다"고 밝혔다.

박소영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