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도시 10곳 토지 보상 5월 시작 … 4조5000억 또 풀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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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부터 혁신도시 건설을 위한 토지보상비 4조5000억원이 풀리고 9월부터 혁신도시가 순차적으로 착공된다. 영종도 일대에 5조원을 비롯해 지난해 말부터 올 초까지 12조원의 토지보상비가 풀려나가고 있는 가운데 전국 10개 혁신도시에 본격적인 현금 보상이 시작된 것이다.

건설교통부는 22일 이용섭 장관 주재로 혁신도시 관련 시.도 간담회를 열고 9월에 울산과 대구부터 건설공사를 시작하기로 했다. 정부는 혁신도시 토지보상비 총액을 4조5000억원으로 추산하고 혁신도시 건설에 적극적인 지방자치단체 등에 인센티브를 줄 예정이다.

정부는 보상비 3조원으로 추정되는 무주.원주.충주 등 6개 기업도시에 대한 토지보상도 실시할 계획이다. 올해는 600만 평 규모의 분당급 신도시와 400만 평 규모의 기존 신도시 확대 부지에 대한 대규모 토지보상비 지급도 예정돼 있다.

◆집값 불안 부채질=지난해까지 3년간 행정도시.혁신도시.기업도시.신도시.경제자유구역.국민임대주택단지 등에 풀려나간 돈은 37조원을 웃돈다. 국가 균형개발과 집값 안정이란 목표를 위해 참여정부 들어 시작된 각종 개발사업에 천문학적인 돈이 들어간 것이다.

이렇게 풀린 자금은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으로 고스란히 몰려들며 집값 상승을 자극하고 있다. 토지가 수용된 땅주인들은 거액의 토지보상금을 받아들었고 고향을 떠나 서울 강남 지역과 분당.용인 등으로 이주하기도 하고 자녀들을 위해 집을 사기도 한 것이다.

지방에서 수용된 땅 주인이 처음부터 수도권에 거주하는 경우도 많다. 이들 역시 토지보상으로 챙긴 목돈을 아파트 매입에 쏟아붓는 경우가 많았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수도권 집중 완화와 집값 안정을 위해 시작한 국토균형개발 사업이 되레 역효과를 초래하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이런 '현금 폭탄'이 올해도 줄줄이 대기 중이다. 아직 집계가 안 된 지난해 보상금을 빼더라도 이제 보상금 계산이 시작되거나 토지보상금이 막 지급되기 시작한 곳만 놓고 봐도 지난해 말부터 내년 초까지 12조원이 넘는다. 이 돈들이 보상지역 주변 부동산은 물론 서울 강남지역.분당.용인 등 이른바 '버블 세븐' 지역까지 몰려들어 부동산 열기를 더 키우고 있다.

◆'뒷북'치는 정부 대책=정부도 토지보상비가 집값 불안을 더욱 심화시킨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각종 개발사업의 보상비를 현금 대신 토지나 주택.상가 등 현물로 보상하는 법안을 추진하고 있지만 효과는 의문시되고 있다. '뒷북 대책'일 뿐더러 이미 풀린 토지보상금이 천문학적인 규모여서 약발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일부를 현물로 보상한다고 해도 현물 보상 규모가 전체 보상금의 20~30%를 넘기 어려운 것도 한계로 지적되고 있다. 일러야 올해 말에나 시행할 수 있는 점도 문제다. 이런 상황에서 보상금의 일부를, 그것도 일러야 내년 말에나 현물로 보상해 봤자 토지보상금이 부동산 열풍으로 이어지는 고리를 끊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현금 보상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던 땅주인들이 형평성을 따지며 반발하고 있고, 또 현물로 바꿔줄 땅이 부족한 상황이다.

연세대 서승환(경제학부) 교수는 "근본적으론 지역 균형발전이란 명분을 내세워 마구잡이식 개발을 했다는 게 문제"라며 "이제라도 공약 남발을 자제하고 개발 대상을 줄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동호.김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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