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야청년 또 분신자살/전민련 전 부장/서강대 5층 옥상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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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공고 졸업후 민청련서 활동”
8일 오전 8시쯤 서울 신수동 서강대 본관 5층 옥상에서 「전민련」 사회부장을 지낸 김기설씨(26)가 온몸에 신나를 뿌리고 불을 붙인채 투신,15m 아래 바닥으로 떨어져 세브란스병원으로 옮기던중 숨졌다. 강경대군 치사사건후 분신은 네번째다.
목격자인 서강대생 문석만군(23·경상대 학생회장)에 따르면 갑자기 본관 옥상쪽에서 『폭력살인 자행하는 노태우 정권 타도하자』는 구호가 들리면서 김씨가 몸에 불이 붙은채 땅으로 떨어져 부근에서 철야단식 농성중이던 학생회간부 10여명이 뛰쳐나와 불을 껐다는 것이다. 전민련측은 김씨가 『지난해 11월부터 전민련에 참여,사회국 사회부장을 역임했으며 원진레이온 산재대책위원회에서 활동했고 최근 강군사건 대책회의에 파견돼 일해왔다』고 밝혔다.
김씨는 회사원인 김정렬씨(58)의 1남3녀중 막내로 수도공고 졸업후 군대를 다녀온 다음 88년 10월부터 성남 민청련에서 재야활동을 시작했다.
김씨는 5층 옥상에 남긴 유서에서 부모에게 『어버이날입니다. 여지껏 한번도 부모님께 효도라는 것을 해보지 못했지요. 하지만 이제 기설이가 부모님의 아들이 아닌 조국의 아들됨을 선포하면서 마지막 효도를 하려합니다』고 썼다. 김씨는 또 자신의 장례는 강군사건 대책회의에 위임해줄 것을 부탁했다.
김씨는 분신 2시간전 여자친구인 홍모씨(26)에게 전화로 자살할 뜻을 밝혔고 5일밤에는 함께 서클활동을 해오던 방송통신대학 박경민군(26·경제 3) 등 3명에게 8일중 목숨을 끊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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