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이 나를 불쏘시개로 이용하려 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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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은 4일 "여권에서 불이 꺼져 가니까 나를 불쏘시개로 이용하려 하고 있다. 언론도 한나라당의 독주에 맞설 상대로 나를 흥행카드로 이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대통령에 관심이 없다. 후보로 나설 생각도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다 이 같은 말을 했다.

그의 이날 발언은 이날 자 교수신문 인터넷판에도 실렸다. 그는 "이제 국격(國格)을 높여야 한다"며 "대통령의 품격을 포함해 나라의 품격을 높일 수 있는 사람, 이런저런 이해관계에 덜 얽혀있는 사람, 특정 지역에 연연해 하지 않고 탐욕스럽지 않은 사람이 대통령이 됐으면 한다"고
도 했다.

정 전 총장은 전날 "(대선 후보로) 거론되는 게 싫다. 특히 여권에서 거론되는 게 더 싫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그는 한때 재경 공주 향우회에서 "충청도는 가운데서 중심을 잡아 왔다"고 한 적이 있다. 또 "정치를 안 한다고 단언하지 못한다"라거나 "나는 decisive한(결단력 있는) 사람"이란 말도 했다.

한편 스승인 조순 전 경제부총리는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정 전 총장의 정치 참여와 관련, "나에게 한 번 의견을 물은 적이 있는데 상당히 신중하게 하는 것이 좋다고 대답했다"고 말했다. 조 전 부총리 자신이 1997년 한때 대선 후보로 각광받은 적이 있다.

조 전 부총리는 이어 "신중하게 하라는 게 하지 말라는 뜻은 아니었고, 다만 너무 빨리 의사결정을 한다거나 졸속으로 하진 말라는 뜻이었다"고 설명했다.

고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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