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치안 나토軍에 맡겨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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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이라크 치안유지를 미군에서 유엔군이나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군에 넘겨라."

'점령군'미군에 대한 이라크 저항세력의 반격.테러가 극렬화하면서 미 국내외에서 미군을 대체해 다른 '국제군'이 이라크를 담당해야 한다는 주장들이 불거지고 있다.

아울러 미국이 지명한 이라크인의 '이라크 과도통치위'는 사분오열돼 유엔 결의안대로 새로운 이라크 헌법을 만들고 총선거를 치러 민주정부를 구성할지조차 회의적이므로 이 체제를 대폭 수술해야 한다는 주장도 등장한다. 이런 가운데 미국 내에선 대선을 앞둔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국민에게 이라크 정책이 실패했다는 인상을 주지 않기 위해 정책을 급격히 바꾸지는 않을 것이란 관측과 상황이 계속 어려워지면 현실적으로 과감히 방향을 수정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분석이 공존한다.

◇노골화되는 미군 역할 변경론=상원 외교위원장을 지낸 민주당 조셉 바이든 의원은 9일 "미국은 이라크에서의 평화를 위해 근본적인 방향 수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ABC방송의 '이번주'에 출연해 "미군의 역할을 나토군에 넘기고 이라크의 정치적 정통성은 유엔에 이양하라"고 제안했다. 그는 또 부시 대통령이 유럽 지도자들과 만나 담판을 지을 것을 권고했다.

그의 주장은 ▶이라크 작전을 나토 중심으로 재편하고 ▶나토와 유엔 안보리 등에 보고의무를 갖는 고위급 행정관을 임명하되 반드시 미국인일 필요가 없으며 ▶미국이 임명한 이라크 과도통치위원회를 재편하고 ▶미국에 반대해온 프랑스를 동참시키라는 것이다.

민주당 대선후보인 존 에드워즈 상원의원도 NBC방송의 '언론과의 만남'에 출연, "나라면 내일 당장 이라크 민정을 유엔에 이양하고 그 다음 나토군에 치안임무를 넘기겠다"고 말했다.

조지 줄완 전 나토사령관도 CNN과의 회견에서 "이라크의 평화안정을 위한 노력을 다국적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앞서 이고리 이바노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8일 이라크에서 점령군인 미군이 물러나고 다국적군이 창설되면 러시아가 파병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라크에 점령군(미군)이 있는 시점에서 파병은 안 된다"며 "그러나 상황은 극적으로 바뀔 수 있으며, 다른 형태의 주둔은 가능하다"고 밝혔다.

◇부시의 선택 뭐가 될까=워싱턴 포스트는 "부시 행정부가 이라크의 과도통치위원회의 활동에 좌절하고 있다"면서 "새로운 대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9일 보도했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에서 이라크 문제를 담당하는 로버트 블랙윌 대사가 이번주 비공식으로 이라크를 방문해 폴 브레머 행정관과 이 문제를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신문은 보도했다.

미국은 그동안 먼저 헌법을 만들고 그에 따라 새로운 이라크 정부를 구성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과도통치위원회에 대한 실망 때문에 프랑스 등이 요구했던 대로 먼저 임시정부를 구성하고, 이 정부가 헌법을 만들어 총선거를 치르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아프가니스탄에서는 이런 수순을 밟았다.

워싱턴=김종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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