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란과 지하드(분수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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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사담 후세인이 1천7백만의 목숨을 볼모로 승산없는 전쟁을 벌이고 있는 것은 이슬람교리의 지하드(성전)를 명분으로 내세웠기 때문이다.
코란에 나오는 지하드(Djihad)란 말은 「지하다」(그는 노력했다)라는 아랍어의 동사에서 파생된 것으로 분투노력,적극적,활기,끈기 모든 힘을 경주한다 등의 뜻을 지니고 있다.
예언자 마호메트는 7세기초 아라비아반도를 유일신 알라를 믿는 이슬람의 기치아래 통일했고,그 후계자들은 이슬람의 이름으로 주위의 이교도들과 끝없는 정복전쟁을 수행해 왔다.
아라비아반도를 중심으로 한 중동의 고대와 중세를 현대에 응결시키고 있는 것은 두말할 것도 없이 종교다. 이 지역은 고대의 수많은 종교와 함께 세계적인 유대교,기독교의 발상지다. 그 속에서 뒤늦게 뿌리를 내린 이슬람교가 교세를 확장시키는 길은 이교도들을 정복하거나 그들을 영역밖으로 몰아내는 길밖에 없었다.
『이제 나는 너희들을 위해 종교를 완성하여 너희들을 위해 내 은혜를 다 베풀고 이슬람을 너희들을 위한 종교로 선택했다』(코란 제5장3절). 따라서 『너희들 가까이에 있는 배신자들과 싸워라. 너희들이 굳세다함을 알려주어라』(코란9장 123절).
여기서 출발한 것이 이슬람의 「지하드」사상이다. 그것은 이슬람의 보편화와 이슬람적 세계 국가의 확립을 위한 하나의 불가결한 방편으로 간주되었다.
이슬람은 세계를 「다루 알이슬람」(이슬람영역)과 「다루알하르브」(전쟁의 영역)로 분리하여 생각한다. 「다루 알하르브」가 지하드의 대상이 되는 것으로 이번 다국적군과의 전쟁을 그들이 지하드라고 부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래서 이슬람은 전쟁을 두가지 형태로 나눈다. 하나는 「정의의 전쟁」이고 다른 하나는 「사악한 전쟁」이다. 알라를 위한 「정의의 전쟁」이 바로 지하드다.
그러나 지하드는 반드시 전쟁과 싸움만을 가리키는 말은 아니다.
신의 길을 위해 지하드한다는 뜻은 평화적인 수단이 우선된 최선의 노력을 기울인다는 뜻도 포함되었다. 그 뿐 아니라 신자들이 자신을 지키고 이웃과 잘 지내야 한다는 「마음속의 전쟁」도 넓은 의미에서는 하나의 지하드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후세인이 또 하나의 지하드를 일찌감치 생각했더라면 이같은 무모한 전쟁을 일으키지 않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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