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돼지'의 모든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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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다리에 돼지머리가 장식된 종묘 제기.

조선시대 임금과 왕비의 위패를 모시던 사당인 종묘에서 제사를 지낼 때는 삶은 돼지고기가 빠지지 않았다. 돼지는 복을 기원하는 희생제물로 사용됐다. 삶은 고기를 담는 제기[豕鼎]의 다리에도 돼지머리가 장식돼 있다.'돝''도야지'로 불리었던 돼지는 예부터 양식.풍요를 상징했다. 신라시대 무덤의 껴묻거리(副葬品)으로 이용됐던 토우(土偶) 중에도 돼지를 닮은 게 있다. 망자(亡者)가 저 세상에서 먹을 양식을 뜻했다. 낙랑에선 죽은 자의 손에 옥으로 만든 돼지[玉豚]을 쥐여주기도 했다.

2007년 정해년(丁亥年)을 맞아 돼지의 상징과 의미를 살펴보는 전시가 마련됐다. 20일부터 내년 2월 26일까지 국립민속박물관에서 열리는 '복을 부르는 돼지' 특별전이다. 돼지와 관련된 유물 45점이 나온다.

한국 전통문화에서 돼지는 다양한 의미로 사용됐다. 무엇보다 자손이 번창하고, 재산도 늘리는 축재(蓄財)의 등가물로 여겨졌다. 이발소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그림에 그 흔적이 남아있다. 장년층이라면 10여 마리의 새끼가 어미 젖을 경쟁하듯 물고 있고, 개문만복래(開門萬福來.문을 열면 복이 들어온다)라는 글귀가 적혀 있는 그림을 기억할 것이다.

밀양 표충사의 저팔계 잡상(雜像).

돈(豚)과 돈[錢]의 발음이 같아 지금도 돼지는 사업번창을 기원하는 고사에서 '필수품'으로 올려진다.또 돼지는 궁궐.사찰의 추녀마루에서 귀신을 물리치는 장식물인 잡상(雜像)으로도 쓰였다. 전시에선 밀양 표충사의 저팔계 잡상과 수원 화성행국의 저팔계 잡상이 소개된다. '한국문화에 나타난 돼지의 상징성'(21일 오후 3시, 천진기 민속박물관 민속연구과장) 강연도 준비됐다. 02-3704-3152.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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