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만사태 대책 이렇게 세우자/김진형(기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석유소비 줄이는 것이 최선/에너지정책 바꾸고 자발적 국민운동 필요
9일 제네바에서 열린 미­이라크 외무장관회담은 일단 결렬되었다.
회담결렬이 곧 전쟁돌입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라크가 쿠웨이트에서 철군하지 않는한 전쟁발발 가능성은 더 한층 높아진게 사실이다.
국제원유가격(OPEC 평균)은 89년에 배럴당 16.56달러였고 90년 상반기에도 16.15달러에 불과하였다. 90년 하반기에는 페만사태 발발로 배럴당 평균 26.39달러를 나타냈다.
결국 90년 전체의 평균 유가는 21.27달러로 28%가 오른 셈이다.
9일 현재 국제유가는 25달러 수준인데 일단 미국과 이라크간에 전쟁이 발발한다면 전쟁발발 뉴스만으로도 유가는 40달러 이상으로 폭등할 것이다.
전쟁발발 후 3∼4일간의 전황은 유가향방의 중대한 갈림길이 될 것이다. 단기전 양상으로 중동유전의 피해없이 끝날 기미가 보이면 유가는 20달러 수준으로 급속히 가라앉게 될 것이다.
가장 우려되는 것은 장기전 양상이 나타나거나 중동 전면전으로 확대되는 경우다. 미국의 공격을 받을 경우 이라크는 이스라엘을 공격할 것이라는 의사를 분명히 했다.
이스라엘의 참전은 친이스라엘 서방국과 반미 아랍국의 대결이라는 확전으로 전개될 수 있다. 현재 다국적군에 참여해 있는 이집트가 이탈할 수 있고,이란도 개입할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유가는 세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폭등을 거듭할 것이다. 첫째,전쟁이라는 수급외적 요인이 시장을 지배함으로써 불확실성과 투기성이 극심하게 작용,유가폭등을 부추기게 된다.
둘째,사우디아라비아(현재 하루 8백50만배럴 생산)의 일부 유전 그리고 쿠웨이트 유전의 다수가 피해를 보게됨으로써 공급감축에 따른 유가폭등이 예상된다. 셋째,유전피해가 없더라도 중동전체가 전쟁터로 변하면 이 지역의 원유수출 장애가 발생함으로써 유가상승이 발생한다.
이러한 세가지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함으로써 유가는 40달러를 출발점으로 폭등세를 거듭할 것이다. 물론 미국의 전략석유비축(5억9천만배럴)이 방출되고 IEA(국제에너지기구)의 석유 긴급유통제도가 발동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35달러 이상의 유가는 불가피하다.
최악의 경우 전쟁이 미국의 예상을 벗어나 전면전으로 장기화되면 세계경제는 물론 우리나라와 같은 비산유 개도국에 주는 타격은 지난 1,2차 석유위기에 비할 수 없이 심각할 것으로 보인다.
페만이 전쟁에 휩싸이면 곧바로 물량공급부족이 예견되고 즉각적인 유가급등으로 이어질 것은 자명하다. 이 경우 그렇지 않아도 물가고와 수출부진 등 경제난국에 봉착한 우리나라는 심각한 경제위기에 직면하게 된다.
세계경제의 침체에 따라 수출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고 투자마인드는 더욱 위축되어 경제난은 가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경제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우리 스스로 자구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정부의 대책이 효과적으로 시행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국민의 이해와 신뢰를 바탕으로 한 적극적이고도 자발적인 참여와 호응이 필요하다. 가격인상이나 행정지도를 통한 소비억제는 한계가 있다.
단기적·소극적 소비억제책뿐만 아니라 전쟁이 장기국면으로 돌입하는 경우에 대비,중기적이고도 적극적인 대책도 필요하다. 우선적으로 70%에 이르는 중동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원유도입선 다변화를 서두를 필요가 있다. 이와 함께 현재 추진중인 해외유전개발의 가속화도 요망된다. 특히 최근 증가일로에 있는 석유소비를 줄여 탈석유를 지향하는 방향으로 에너지정책이 탈바꿈하여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지역난방사업 및 열병합발전의 확대,LNG도입 일정의 단축,원자력발전 확대사업의 적극 추진 등이 요망된다.<에너지 경제연구소 석유·가스수급 연구실장>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