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만원 호텔 뷔페는 바가지? 이렇게 담으면 호텔이 당한다 <上>

  • 카드 발행 일시2024.05.01

특급호텔 완전정복① 놀고 먹고 자기

호텔은 봉건주의 시대의 유물이다. 호텔의 역사가 시작됐던 유럽에 옛 시절의 흔적이 남아 있다. 중세풍으로 꾸민 건물에서 집사처럼 차려입은 직원이 옛날 귀족이 누렸던 호사를 정성껏 재현한다. 지금도 호텔 정문 앞에는 손님 차문을 열어주는 도어맨이 있고, 도어맨은 도어맨 코트라 불리는 유니폼을 갖춰 입는다. 특급호텔의 컨시어지 서비스는, 당신도 호텔에서는 귀족이 될 수 있다고 꾀는 일종의 방향제다.

자본주의 시대에도 호텔은 차별화한 무언가를 추구한다. 손님이 귀족에서 부자로 교체됐을 뿐, 호텔 문턱은 여전히 높다. 관광산업 측면에서 보면, 여행자를 위한 편의시설이었던 호텔이 여행 목적지로 진화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19세기 영국 귀족의 휴양지였던 스위스 생모리츠의 프리미엄 호텔에서 지금은 전 세계의 돈 많은 여행자가 귀족이 된 양 우아한 휴가를 즐긴다. 혈통은 필요 없다. 돈만 있으면 된다. 특급호텔은 자본주의에 가장 충실한 공간이다.

우리나라 특급호텔도 최고급을 지향한다. 실제로 레저·휴양 시설 중 가장 화려하고 비싸다. 다만 우리네 호텔 문화에는 별난 구석이 있다. 비유하자면, 오늘 우리의 특급호텔은 테마파크에 가깝다. 먹으러 가고 놀러도 가는데, 잠도 잘 수 있는 곳이다. 유튜브나 인스타그램에서 ‘호텔’을 검색하면 ‘빙수 먹방’과 수영장 인증사진이 제일 먼저 올라온다. 한국에서 호텔의 연관 검색어는 ‘호캉스(호텔 바캉스)’ ‘애망빙(애플망고빙수)’ 같은 신조어다. ‘플렉스’와 ‘스몰 럭셔리’가 트렌드로 자리 잡으면서 벌어지는 사회 현상일 테다. 한국에서 특급호텔은 더 이상 그들만의 세상이 아니다.

2024년 4월 현재 국내 4성 이상 특급호텔은 227곳이다(2024년 한국관광협회·제주관광협회 호텔업 등급 현황). 일타강사는 이들 4성 이상 호텔 중 26개 호텔의 영업 기밀을 수집했다. 전 세계를 여행하며 쌓았던 취재 경험을 토대로 현재 국내 특급호텔이 제공하는 서비스와 콘텐트, 나아가 최신 트렌드를 정리하고 분석했다. 한 달 넘게 걸린 집중 취재를 토대로 ‘특급호텔 완전정복’ 1부와 2부를 제작했다. 1부에서는 특급호텔 이용법과 최신 트렌드를, 2부에서는 호텔에 얽힌 이야기를 다룬다. 일타강사 취재에 응한 4성 이상 호텔 26곳은 다음과 같다.

📂그랜드 워커힐 서울 📂그랜드 하얏트 서울 📂더 플라자 서울 📂레스케이프 호텔 📂롯데호텔 서울 📂롯데호텔 월드 📂르메르디앙 서울 명동 📂메리어트 이그제큐티브 아파트먼트 📂몬드리안 서울 이태원 📂반얀트리 클럽 앤 스파 서울 📂서울신라호텔 📂시그니엘 서울 📂아난티 앳 부산 코브 📂안다즈 서울 강남 📂웨스틴 조선 서울 📂인스파이어 엔터테인먼트 리조트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 📂제주신라호텔 📂조선 팰리스 📂파라다이스시티 📂포시즌스 호텔 서울 📂파크하얏트서울 📂페어몬트 앰배서더 서울 📂켄싱턴 호텔 여의도 📂휘닉스 평창 호텔 📂JW 메리어트 호텔 서울(가나다순)

💬 특급호텔 완전정복① 놀고 먹고 자기

특급호텔은 침대에서 완성된다
그래픽 : 호텔 침대의 재구성
반짝 TIP : 공짜 어메니티가 사라졌다고?
한 끼 20만원 뷔페에서 본전 뽑기
반짝 인터뷰 : 뷔페 고수는 이렇게 먹는다
헬캉스·펫캉스… 진화하는 호캉스
특급호텔 빙수 대전
그래픽 : 애망밍 가격 변화 

특급호텔은 침대에서 완성된다

호텔의 만족도는 잠자리가 좌우한다. 조선 팰리스의 경우 객실 내 자체 공기 청정 시스템이 빌트인으로 설계돼 있다. 사진 조선호텔앤리조트

호텔의 만족도는 잠자리가 좌우한다. 조선 팰리스의 경우 객실 내 자체 공기 청정 시스템이 빌트인으로 설계돼 있다. 사진 조선호텔앤리조트

호텔은 잠자러 가는 곳이다. 레스토랑·수영장·스파 등 호텔의 그 어느 공간도 객실에서 머무르는 시간을 따라올 수 없다. 이 단순한 이치가 호텔의 가치를 판가름한다. 초보 여행자는 잘 모를지 몰라도 여행 고수는 안다. 특급호텔이 제일 공들이는 공간이 객실, 객실에서도 침대라는 사실을.

호텔 침대가 늘 뽀송뽀송한 이유가 궁금하지 않으셨는지. 특급호텔은 침구를 세탁할 때 전용 세탁기를 사용한다. 풀 먹인 것처럼 빳빳한 시트는 높이 2m가 넘는 침대 시트 프레싱 기계의 힘을 빌린 결과다. 이 거대한 다리미는 1대에 2억원이 넘는다. 좋은 호텔에서 하룻밤 자고 나면 가뿐해진 느낌이 든다. 기분 탓만은 아니다. 호텔은 쾌적한 잠자리를 위해 객실 온도와 습도까지 조절한다. 객실 온도는 보통 23도로 맞춘다. 팬데믹 이후에는 살균 처리가 특히 강화됐다. 조선 팰리스처럼 전 객실에 공기청정기와 자외선 살균 시스템을 갖춘 호텔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