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 인(in) 여의도, 여의도 법인(人) ①
」에잇! 내가 저런 얘기나 듣고 있어야겠어?
2021년 2월. 박범계(현 민주당 의원) 신임 법무부 장관을 만나고 온 윤석열(현 대통령) 검찰총장은 화를 참지 못했다. 제대로 화가 나면 말이 길어지는 그답게 화풀이는 오랫동안 이어졌다.
윤 총장은 문재인 대통령의 뜻을 거스르고 조국(현 조국혁신당 대표) 전 법무부 장관을 고강도로 수사해 결국 낙마시켰다. 그리고 그 때문에 문 대통령, 그리고 법무부 장관들과 반목했다.
추미애(현 민주당 의원) 전 장관과의 갈등이 개중 심했다. 지휘권 발동과 총장 징계라는 극단적 조처가 난무했던 추·윤 체제는 그 등장만큼이나 갑작스레 종막을 고했고 그 뒤를 박 장관이 이어받았다.
그는 윤 총장의 사법연수원 동기였다. 세 살 연상인 윤 총장을 사석에서 ‘석열이 형’이라 부를 정도로 친한 편이었다.
윤 총장은 장관 그리고 정권과의 해빙을 기대했다. 검찰 간부 인사안을 들고 부푼 가슴과 밝은 표정으로 박 장관과 마주 앉았다. 그러나 그의 입에서 첫 마디가 나온 순간 윤 총장의 얼굴에서는 웃음기가 사라졌다.
조국 전 장관 말인데….
尹·이재명·조국, 당선인의 20%...법조인이 지배한다
가히 법가천하(法家天下)입니다. 22대 국회의원 총선 당선인 300명 중 20%가 넘는 61명이 판사, 검사, 변호사 같은 법조인 출신입니다. 범위를 법학자(법학박사)로 넓히면 숫자는 66명으로 늘어납니다.
숫자만 많은 게 아닙니다. 원내 1, 2, 3당의 수장 자리를 모두 이들이 꿰차고 있습니다. ‘정치 군인’ ‘정치 운동권’에서 ‘정치 법조인’으로의 권력 대이동이라 할 만합니다. 왜 이런 현상이 벌어진 걸까요? 문제는 없을까요?
타협과 협치보다는 일도양단식 대결에 익숙한 게 법조인입니다. 당선인 중 개인적, 집단적 원한 관계인 이들도 많습니다. 타협과 협치가 아닌 극한 투쟁으로 점철되지 않을까 우려되는 이유입니다.
‘이것이 팩트다’에서는 22대 국회를 특징지을 ‘법 인(in) 여의도’ 현상의 배경과 ‘여의도 법인(人)’들의 면면을 몇 회에 걸쳐 심층적으로 짚어봅니다. 이 시리즈만 보면 새 국회 법조 정치인의 모든 것을 알 수 있도록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