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죽는 날이라도 알지” 식물인간 딸 돌보는 엄마 폭언

  • 카드 발행 일시2024.01.05

한 모녀가 있었다. 딸은 뇌출혈로 인해 의식이 없는 상태였고, 그 옆은 항상 그녀의 어머니가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우리 과는 아니었지만 길게 입원해 있기도 했고, 딸의 몸을 닦고 있는 엄마의 모습을 매일 보고 있으면 마음이 가지 않을 수가 없었기에 몇 번 인사를 나누었더니 그들의 사정을 알 수 있었다.

딸이 명문대에 합격했다는 소식에 잔치를 열기도 했던 단란한 가족이었다. 하지만 딸이 대학 진학 후 귀가 중 사고를 당해 외상으로 인한 뇌출혈로 의식을 잃은 후 모든 것이 바뀌어버렸다.

유명한 병원과 의사를 찾아다녔지만 특별한 방법은 없었고, 사고를 냈던 사람은 초반에는 무릎까지 꿇으며 사죄했지만 4년이 지난 지금은 “아직도 의식이 없는 것 맞냐며, 지금까지 그런 상태면 치료를 거짓 청구하며 받고 있는 것 아니냐”며 역정을 내는 상황이었다.

자세한 사정을 젖혀두더라도 딸을 4년 내리 혼자 병간호한 모친도 심신이 완전히 지쳐 있었다. 퀭한 얼굴에 한숨을 푹 쉬다가도 딸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울컥 올라오는 감정을 참는 보호자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누구라도 안타깝게 느낄 수밖에 없었다. 실제로 같은 병실을 사용하던 분들은 가끔은 날카롭게 반응하는 모친의 모습을 군말 없이 받아들였다.

그러던 중 내가 담당하는 환자가 그 병실에 입원하게 됐다. 40대 초반의 유방암 환자였다. 항암 치료에 대한 예후는 좋게 기대되었지만, 조직검사 결과가 그 기대에 우려를 가지게 만드는 상황이었다. 의대 교수님도 “이 정도 상태면 대부분 좋은 경과를 보이는데, 대신 첫 항암제에 효과를 보지 못하면 다음 단계부터는 큰 의미가 없는 치료가 되는 케이스다. 첫 항암제는 보통 1년에서 2년 정도 사용한다. 시작을 잘 해보자”고 말씀하셨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