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물죄, 이미 정해져 있었다” 판사도 놀란 朴 최후 입장문 [박근혜 회고록 37]

  • 카드 발행 일시2023.12.26

재판은 심리적으로도 힘들었지만, 육체적으로도 굉장히 힘든 과정이었다. 매주 3회씩 열렸는데 매번 10시간이 넘는 강행군이었다. 심지어 2017년 6월부터는 매주 4회(월·화·목·금)로 진행됐다. 나는 당시 허리와 어깨 통증 등으로 잠도 제대로 이루지 못하던 상황이었기 때문에 체력적으로 너무 지친 상태였다. 특히 허리 통증으로 10시간 가까이 재판정에 나와 앉아 있는 것이 마치 독침에 쏘인 것처럼 고통스러웠다.

검찰이 나를 기소하면서 냈던 증거만 12만 쪽이 넘었는데, 그중 대부분은 내가 보지도 듣지도 못한 문서들이었다. 변호인들과의 충분한 상의는 차치하더라도 그 내용이 무엇인지는 파악하도록 해줘야 최소한의 방어권이 보장될 수 있다. 하지만 나는 구속 상태였고, 변호인들 역시 주 4일 아침부터 밤늦은 시각까지 재판하고 돌아가 밤새 증거 기록을 보면서 재판을 준비하고, 다시 아침이면 재판정에 출석했다. 그것을 몇 달 동안 반복해야 했다.

변호를 맡았던 이상철 변호사는 “66세의 고령인 연약한 여성이 주 4일 법정에 출석해 재판을 받는 것은 체력적인 면에서 감당하기 어렵다”고 호소했으나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면서 “주 3일 재판을 하면 심야까지 진행될 수도 있으니, 주 4일 재판을 하며 업무시간 내에 충분한 휴식을 취하는 것이 피고인들의 건강에 유리하다고 판단한다”고 답했다. 솔직히 말하면 재판부는 내 건강을 신경 쓰기보다 어떻게든 구속영장 만료 기간인 10월 16일 이전에 판결을 내리는 것에만 초점을 맞추는 듯했다. 변호인단도 나와 생각이 같았다.

주 4일 재판 강행군…심신 모두 무너졌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7년 5월 23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대법정에서 열린 첫 정식 재판에 출석했다. 중앙포토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7년 5월 23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대법정에서 열린 첫 정식 재판에 출석했다. 중앙포토

그러다가 6월 30일 오후 6시30분경 나는 갑작스럽게 현기증이 온 데다 고질적인 허리 통증 때문에 너무나 힘들어서 도저히 앉아 있을 수 없었다. 나도 모르게 책상으로 몸이 기울어졌는데 그것을 보고서야 재판부는 남은 일정은 다음에 진행하겠다며 재판을 중단했다. 육체도 육체지만 재판을 하면서 기가 차고 답답한 상황들이 많아 나는 심신이 극도로 쇠약해진 상태였다. 나의 몸에서는 이상 경고음이 심각하게 울리고 있었다. 변호인단은 “주 4일 재판 일정은 부당하다”며 “주 4일 재판을 진행하면 피고인의 방어권이 충분히 보장될 수 있는지 의문이고, 재판부도 실체적 진실이 발견될 수 있을 정도로 정밀하게 숙지하실 수 있는지 감히 의문이 남는다”고 재차 항의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여전히 받아들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