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토한 70대 “이봐, 나 봐요!” 울던 간병인 놀라게 한 한마디

  • 카드 발행 일시2023.12.22

암은 의학이 이 정도로 발전한 지금까지 여전히 난치병이라는 사실만으로 무섭게 느껴진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죽느냐 사느냐의 문제 앞에서 돌변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더 무섭게 느껴질 때도 많았다. 본인의 죽음을 코앞에서 느끼고 있는 와중에, 평생을 보고 지낸 지인들이 돈 몇 푼 때문에 좁디좁은 병실 안에서 서로 쥐어뜯고 싸우는 광경을 보아야 했던 환자들의 심정은 직접 겪지 못한 사람은 감히 이해한다 말하기 어려울 정도로 처량해 보였다. 하지만 어두운 면이 있는 만큼 밝은 면이 더 찬란해 보일 때도 있었다. 우연히 시작된 인연임에도 보는 이로 하여금 ‘저들은 정말로 서로를 진심으로 대했구나’라는 감정을 느끼게 하는 관계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어느 날, 혈액종양내과 교수님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환자 한 분 가세요. 혹시 문제 생기면 중환자실 가셔야 하는 분이니까 잘 부탁해요.”
해석하자면 ‘마지막으로 시도할 수 있는 항암제를 컨디션이 될 때까지는 사용해 보려고 계획하고 있고, 언제든지 응급 상황이 생길 수 있는 기로에 있지만, 그럼에도 치료를 적극적으로 해보고 있는 상황인 만큼 잘 신경을 써달라’는 의미였다.

직접 본 환자의 컨디션도 겉으로는 괜찮아 보였다. 70대 후반에 누적된 투병 세월이 있음에도 잘 걷고, 잘 먹고, 그리고 잘 웃으셨다. 허허 웃으며 말간 얼굴을 한 노인이 링거 거치대를 끌며 뚜벅뚜벅 걸어다니는 모습을 모두가 좋아했다. 그러나 속사정은 달랐다. 폐에서 시작된 암이 다른 곳에도 전이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몇 번의 폐렴에 중환자실을 들락거리고 항암제가 바뀔 때마다 희망으로 받아들여야 할지 고문으로 받아들여야 할지 모를 선택을 반복해온 사람이 어떻게 허허 웃고 다니는지, 또 지친 기색 너머로 여전히 반짝거리는 눈빛을 가졌는지 모를 어르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