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에 검은연기 속 누가 오래” 암환자 한달 웃게한 그 사람

  • 카드 발행 일시2023.12.15

암환자에게 죽음이 가까워지기 시작하면 의식이 점점 흐려져 가는 것을 체감하는 경우가 있다. 오랫동안 곁을 지켜 온 보호자들은 간병 시간이 길수록 웬만한 징후에도 덤덤한 반응을 보일 때가 많았다. 그럼에도 유독 감정의 동요를 숨기기 힘들게 만드는 공통적인 징후가 하나 있었다. 바로 환자가 “어젯밤 돌아가신 분이 나를 찾아왔다”고 얘기하는 경우였다. 학술적으로는 섬망 또는 ‘신체 기능 저하로 인해 만들어진 환각’이라고 간단명료하게 정의돼 있지만, 그 속에는 많은 이의 눈물이 섞여 있었다.

70대 여성 환자가 있었다. 입원 첫날, 보호자인 두 딸은 모친이 담도암으로 인해 남은 시간은 한 달 정도라는 말을 듣고 왔으며 마음의 준비는 다 하고 왔다고 말했다. 마침 병실에 여유가 있어 의료진이 논의한 끝에 3인실을 온전히 혼자 사용하게끔 했다. 환자에게 이를 전했더니 할머니가 내 손을 잡고 고개를 끄덕이며 빙긋이 웃어주셨다. 그 인자한 웃음의 여운은 참 길게 갔었다.

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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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딸에게 치료 계획을 설명하면서 특별히 할 말이 있냐고 묻자 두 사람 모두 딱 하나를 당부했다. “저희 엄마가 선생님들 귀찮으시게 하기 싫다고 아픈 걸 자꾸 참으세요. 그 부분만 조금 신경써 주세요.”

정말 환자는 남에 대한 배려가 생활화돼 있는 분인 듯했다. 짬이 날 때마다 병실에 찾아가 컨디션을 물으며 확인하는 것을 반복하자 환자는 통증을 억지로 참으려고 하는 습관을 많이 고쳤다. 그럼에도 ‘이제 필요하면 알아서 잘 부를 거니 바쁠 텐데 얼른 가라’며 손을 휘젓곤 했다.

하지만 그의 의식은 점점 희미해져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