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는 공부하는 곳 아니다” 학부모·교사 17명 충격 증언

  • 카드 발행 일시2023.12.11

2023년, 유독 학교에서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았다. 시작은 7월에 발생한 서이초 사건이었다. 8월엔 세종에서 왕의 DNA 사건이 터졌고, 2년 전 발생한 의정부 교사 사망 사건이 수면 위로 떠올라 논란이 됐다. 사건의 중심엔 늘 학부모와 교사가 있었다. 교사와 학부모는 왜 갈등할까? 대체 학교엔 무슨 일이 있는 걸까?

hello! Parents가 학교를 들여다보기로 한 건 그래서다. 학교는 사건·사고의 중심이었던 초등학교로, 대상은 갈등의 주요 축이었던 교사와 학부모로 한정했다. 학생 역시 교육의 주체지만, 초등학생은 아직 아동인 점을 고려해 인터뷰에서 제외했다. 결과적으로 hello! Parents는 8명의 학부모와 9명의 교사를 만났다. 교사와 학부모는 대체 학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2023년 대한민국에서 학교의 의미와 역할은 무엇일까? 바로 이 질문의 답 속에 학교를 둘러싼 사건·사고와 갈등의 원인이 있었다.

박정민 디자이너

박정민 디자이너

학교에서 학습이 사라지고 있다.

hello! Parents가 8명의 학부모, 그리고 9명의 교사를 심층 인터뷰하고 내린 결론이다. “학교는 공부하는 곳이 아니다.” 학부모는 이렇게 생각했다. “학교의 학습 기능이 약화됐다.” 교사도 학부모의 생각에 어느 정도 동의했다. 사실 학부모와 교사는 같은 목소리를 내기 힘들다. 한쪽은 아이를 맡기는 입장이고, 한쪽은 아이를 맡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hello! Parents가 만난 학부모와 교사는 질문 대부분에 대해 상반된 입장을 보였다. 그런 두 그룹이 유일하게 한목소리를 낸 지점이 바로 ‘학교와 교사의 역할’이었다. 표현은 조금씩 달랐지만, “학교의 지식 전달 기능이 약화됐다”는 데엔 모두 동의했다.

학부모들은 학교의 학습 기능이 충분하지 못할 뿐 아니라 사실상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고 보고 있었다. 이들은 “시험을 보지 않기 때문에 학교로부터 학습에 대한 정보를 거의 제공받지 못한다”고 말했다. 아이의 학습 상태를 점검하고 계획을 짜는 일이 오롯이 학부모에게 맡겨진 셈이다. 그럴수록 학부모는 사교육에 매달렸고, 공립학교 대신 사립학교나 국제학교·대안학교를 선택하기도 했다. 교사들도 “과거보다 지식 전달 기능, 학습 기능이 현저히 약화됐다”고 봤다. “아이들이 학원에 시달리는 게 안쓰러워 일부러 숙제를 내주지 않는다”는 교사도 있었고, “학원에서는 할 수 없는 것에 더 힘을 쏟는다”고 말하는 교사도 있었다.

hello! Parents는 지난달 24일부터 지난 6일까지 총 17명의 교사와 학부모를 인터뷰했다. 대면과 비대면 방식을 활용해 모두 일대일로 만났으며, 짧게는 1시간, 길게는 2시간 이상 심층 인터뷰를 진행했다. 학부모 8명 중 절반은 아이를 학교에 보내고 있었고, 나머지 절반은 학교를 떠나 국제학교·대안학교에 보내거나 홈스쿨링을 하고 있었다. 교사 역시 5명은 초등학교에서 일하고 있었고, 나머지 4명은 자발적으로 학교를 떠나 다른 길을 모색하고 있었다. 보다 솔직한 이야기를 가감 없이 담기 위해 이름은 모두 가명으로 처리했다. ‘학습이 사라진 학교’, 바로 여기에 2023년을 뜨겁게 달군 학교의 문제가 웅크리고 있었다.

박정민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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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부모 “공부는 학교보다 학원”

인터뷰에 응한 학부모 8명 중 6명은 아이를 학습 관련 학원에 보내고 있거나 보낸 적이 있었다. 8명 중 4명은 유아 대상 영어 학원(영어 유치원)에 아이를 보냈고, 나머지 학부모도 대부분 초등학교 저학년 때부터 영어와 수학 학원을 보냈다. 사실상 초등학교 입학 전에 한글 학습이 어느 정도 이뤄지는 걸 감안하면, 학부모들의 학습 요구는 미취학 아동일 때부터 본격적으로 발현되는 셈이다. 하지만 이런 학부모들이 처음 만난 학교는 학습에 관해 큰 기대를 하기 어려운 곳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