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교 생활부엔 “애가 잘해요”…분당 엄마 그래도 불안한 이유

  • 카드 발행 일시2023.12.12

학부모가 학교에 바라는 건 뭘까? 한국교육개발원이 지난해 초등학생 학부모 452명에게 물은 결과(2022년 교육여론조사)를 보면, 1순위 요구 사항은 “기초학력을 보장하는 체제를 마련해야 한다(17.4%)”였다. 학부모들은 학교의 학습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고 느낀다는 얘기다. 이런 결과는 학원에 다니는 초등학생이 급증한 현실과도 무관하지 않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초등학생 10명 중 8명 이상은 사교육을 받고 있었다.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월 43만원으로, 전년보다 10% 가까이 늘었다. 학교를 믿고 맡기기가 어렵자 자구책을 찾아 학원에 더 매달리는 셈이다. hello! Parents가 만난 학부모 중 아이를 학교에 보내고 있는 이들의 이야기도 다르지 않았다.

박정민 디자이너

박정민 디자이너

초등학교는 학습 기초를 닦는 결정적 시기다

hello! Parents가 만난 4명의 학부모는 이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이들은 서울과 경기, 부산에서 각기 다른 방식으로 아이를 키우고 있었다. 교육을 위해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았다’의 줄임말로, 자산을 최대한 끌어모았다는 의미)해서 대치동으로 온 학부모부터, “초등학생 시기는 몸을 움직이며 노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하는 학부모까지 교육 철학의 스펙트럼도 넓었다. 하지만 모두 “초등학교는 교육에 있어 중요한 시기”라는 데 뜻을 같이했다.

하지만 이들은 “학교는 공부하는 곳은 아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이들이 아이들을 다양한 학원에 보내는 건 그래서였다. 4명의 학부모는 자녀를 모두 학습 관련 학원에 보내고 있었다. 주로 영어와 수학에 집중돼 있었다. 초등학교는 학습에 있어 중요한 시기인데, 정작 학교에선 제대로 챙기지 않으니 직접 발 벗고 나선 셈이다. 4명 중 한 명은 아예 사립 초등학교를 선택했고, 또 다른 한 명은 대치동으로 이사했다.

아이를 학교에 보내며 직접 경험하고 있는 학부모들은 학교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보다 솔직한 이야기를 가감 없이 전하기 위해 이름은 모두 가명으로 처리했다.

🏫 대치동 학부모 “학교 빠져도, 학원은 못 빠져요”  

‘우리 집 망했냐’고 아이가 울먹이더라고요. 자기 (교육) 생각해서 ‘영끌’해서 왔는데 말이죠.

권혜선(43)씨는 서울 강남구 대치동으로 오던 2년 전을 떠올리며 이렇게 말했다. 권씨는 수도권 신도시의 신축 아파트에 살다 대치동의 40년 된 아파트로 이사했다. 2013년생 아들이 초등학교 3학년에 올라갈 무렵이었다.

아이가 유치원에 다닐 때까지는 신도시 생활이 만족스러웠다. 아이는 마당이 있는 단독 건물에 위치한 ‘영어 유치원’(영유아 대상 영어학원)에 다녔다.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걱정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아파트 단지 안에 신설된 초등학교엔 아이들이 넘쳐났다. 주변엔 마땅한 중학교도 없었다. 학교도 문제였지만, 더욱 큰 문제는 학원이었다. 만 4세부터 구도심에 있는 수학 학원으로 아이를 태워다 나른 권씨였다. 아이가 클수록 학원 다니기가 만만치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