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남아봤자 딱 80점 학생” 그들은 왜 공교육을 떠났나

  • 카드 발행 일시2023.12.14

코로나19로 학교는 직격탄을 맞았다. 학교는 문을 닫았고, 수업은 화상으로 대체됐다. 그러자 사람들은 질문했다. “학교를 꼭 다녀야 하는 걸까?” 교육부에 따르면 ‘학업 중단 학생’은 2020년 3만2027명에서 지난해 5만2981명으로 3년 새 65.4% 늘어났다. 이들은 왜 학교를 떠나기로 결정한 걸까? 이들에게 학교의 의미는 뭘까? 2023년 학교를 둘러싼 갈등의 원인 그리고 해결책의 실마리를 이들이 품고 있을지 모른다. 학교를 떠난 학부모들을 찾아간 이유다.

박정민 디자이너

박정민 디자이너

학교를 나와 보니 배울 게 더 많았다.

hello! Parents가 만난 학교 밖 학부모들은 한결같이 이렇게 말했다. 이들의 자녀는 각기 다른 이유로 의무교육인 초등학교 혹은 중학교를 그만뒀다. 하지만 각자 원하는 곳에서 자기만의 방식으로 배움을 이어가고 있다. 흥미로운 건 4명의 학부모 모두 “학교를 나오고 나서 진짜 공부가 시작됐다”고 말한다는 점이었다. 이들이 떠난 학교에선 학습이 사라지고 있었지만, 학교를 떠난 이들은 오히려 새로운 학습의 가능성에 눈뜨고 있었다.

국제학교나 대안학교에서 오히려 학습에 흥미를 느끼고 매진하는 아이도 있었고, 홈스쿨링을 하며 학제를 벗어나 통합적으로 공부하기도 했다. 어떤 길을 선택했든 ‘상급 학교로의 진학과 대입’ 한 가지로 진로를 제한하지 않았다. 아이가 좋아하는 것을 중심으로 학습하며 각자의 진로를 찾고 있었다. 학교를 떠나며 가장 크게 걱정했던 사회성 문제도 기우였다. 연령이나 지역에 국한되지 않고 오히려 폭넓게 친구를 사귀었다.

hello! Parents가 만난 4명의 학부모는 온몸으로 ‘학교의 의미’를 묻고 있었다. 이들은 2023년 우리의 학교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보다 솔직한 이야기를 가감 없이 전하기 위해 이름은 모두 가명으로 처리했다.

🏫국제학교 학부모 “매주 시험 봐도 공부할 맛 나” 

유치원 땐 놀아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사교육을 안 시키고 초등학교에 보냈더니 졸지에 ‘느린 아이’가 돼 있더라고요.

서울 서초구에 사는 이윤주(40)씨는 5년 전 2011년생 아들이 초등학교 입학하고 충격을 받았다. 유치원에서도 “한 가지에 푹 빠지면 불러도 모른다” “친구들보다 행동이 느린 편”이라는 얘기를 듣긴 했지만, 지능이나 발달에 문제가 전혀 없어 웃어넘긴 터였다. 알파벳이나 사칙연산도 시간이 흐르면 자연스레 익히게 될 거라고 생각해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아이는 달랐다. 선행학습으로 서너 학년을 앞서가고 있는 친구들 사이에서 기가 죽었다. “이제 시작”이라 다독여도 “난 못 해” “난 안 돼”를 달고 살았다. 아침이면 이불을 뒤집어쓰고 일어나지 않았다. 그나마 1학년 때 담임 교사는 아이를 이해하기 위해 애썼지만, 학년이 올라가자 상황이 달라지는 걸 느꼈다. 교사도, 다른 엄마들도 “아이를 너무 방치한 것 아니냐”며 몰아붙이는 것처럼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