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탱크로리 몇대 분 술 마셨다” 대통령 아들과 그 측근의 비극

  • 카드 발행 일시2023.11.22

앉는 건 진즉에 포기했다. 헤엄을 멈추면 죽는 그 어떤 물고기처럼 그는 비좁은 호텔 방을 쉴 새 없이 맴돌았다.

이윽고 초인종 소리가 들리더니 또 다른 남자가 들어섰다. 뒤이어 순차적으로 두 명이 더 그 방을 채웠다. 공기가 무거워졌다.

금액이 너무 큽니다. 영장을 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대검 중수2과장 김진태(전 검찰총장)의 입에서 결국 그 말이 나왔다. 그와 근무 공간을 공유하던 검찰총장 이명재, 대검 중수부 수사기획관 박만(전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은 그 대사를 미리 접한 듯 표정 변화가 없었다.

하지만 나머지 한 사람, 남태령을 넘어온 법무부 장관 송정호는 낯빛이 어두워졌다.

TK 총장 이명재를 견제하기 위해 정권이 임명한 호남 장관 송정호. 중앙포토

TK 총장 이명재를 견제하기 위해 정권이 임명한 호남 장관 송정호. 중앙포토

그는 압박을 받고 있었다. 정권의 실세들이 수시로 전화를 걸어와 그를 괴롭혔다.

대통령께서 잠을 못 주무십니다.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해 봐야 합니다.

그들은 사실상의 수사지휘권 발동 요구를 하고 있었다. 법무·검찰의 수뇌부가 호텔 방에 은밀하게 모여 논의하던 그 대상, 즉 대통령의 차남을 불구속기소 하도록 검찰총장을 지휘하라는 게 정권의 내심이자 요구였다.

그럴 법도 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대통령의 막내아들이 구속된 게 겨우 한 달 전이었다.

게다가 송정호는 정권의 ‘믿는 구석’이었다. 정권은 불가항력적으로 등 떠밀리듯 임명했지만, 전혀 신뢰하지 않았던 TK(대구·경북) 총장을 견제하라는 취지에서 전북 익산 출신인 그를 법무부 장관에 임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