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 선수 없이 미친 경기…애리조나·NC 비밀은 ‘불펜’

  • 카드 발행 일시2023.11.02

가을이 깊어갑니다. 한·미·일 프로야구 포스트시즌도 막바지로 접어들었습니다. 미국과 일본은 각각 월드시리즈와 일본시리즈에 돌입했고, KBO는 플레이오프가 한창입니다. 정규시즌과 달리 포스트시즌은 몇 경기로 승부가 갈리기 때문에 ‘변수’가 많습니다.

최근엔 여러 변수 중 ‘불펜’의 무게감이 커졌습니다. 예전보다 압도적인 에이스들이 줄어들었고, 그만큼 구원투수들의 활약이 절실해졌습니다. 20승을 거둔 에릭 페디 없이 준플레이오프를 통과한 NC 다이노스가 대표적입니다. 일본은 아직 선발투수의 비중이 크지만, 투수 분업이 고도화된 MLB도 좋은 불펜 없인 정상에 오르기 어렵습니다. 이런 흐름이 만들어진 배경과 올해 시리즈를 송재우 위원이 요약·정리해드립니다.

미친 선수, 에이스 없이 우승 없다?

요즘 자주 쓰이는 ‘국룰’이란 단어가 있다. 國(나라 국)자와 ‘rule(규칙)’이 합쳐졌다. 쉽게 말하면 국민 모두가 수긍할 수 있는 규칙이나 사실이란 뜻이다. 야구 포스트시즌에도 ‘국룰’이 존재한다. 예상치 못한 선수의 맹활약이 펼쳐지는 속칭 ‘미친 선수가 있어야 이긴다’는 속설이다.

또 한 가지, ‘야구는 투수 놀음’이란 표현도 있다. 1984년 한국시리즈에서 홀로 4승을 거둔 롯데 자이언츠 최동원처럼 단기전은 투수에 의해 승패가 갈릴 때가 많다.

최동원(왼쪽)과 선동열처럼 압도적인 선발투수를 앞세워 포스트시즌을 평정하는 방식은 현대 야구에서 좀처럼 보기 드문 장면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 중앙포토

최동원(왼쪽)과 선동열처럼 압도적인 선발투수를 앞세워 포스트시즌을 평정하는 방식은 현대 야구에서 좀처럼 보기 드문 장면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 중앙포토

MLB에서 ‘미친 선수’로 꼽히는 대표적인 선수는 스캇 스피지오(51)다. 스피지오는 2002년 애너하임 에인절스(현 LA 에인절스)의 첫 우승을 이끈 일등 공신이었다. 스피지오는 주 포지션이 1루수지만 2루수, 3루수, 외야수까지 다양한 위치를 섭렵했다. 심지어 2007년엔 투수를 아끼기 위해 마운드에 오른 적도 있다. 하지만 12년 동안 빅리그 통산 타율 0.255, 119홈런, 549타점을 올린 평범한 선수였다. 1루수 기준으로는 평균 이하의 타격을 보였다.

그런데 포스트시즌의 폭발로 일약 스타가 됐다. 2002년 뉴욕 양키스와의 디비전시리즈에서는 네 경기 타율 0.400, 1홈런, 6타점을 올렸고 미네소타 트윈스와의 챔피언십시리즈에서도 타율 0.353, 1홈런, 5타점을 올려 월드시리즈 진출을 이끌었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의 월드시리즈에선 타율은 0.261로 떨어졌지만 6차전에서 역전의 발판을 만드는 3점포를 터트리는 등 무려 8타점을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