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땐 놀려라, 한달만 빼고”…‘서울대 삼형제’ 엄마의 비결 ②

  • 카드 발행 일시2023.09.19

hello! Parents 특별기획 6부작 ‘그 엄마의 비밀’ ②  

부모님이 모두 서울대 나오셨나요? 고교 때 학원은 어디를 다녔나요?

삼형제를 모두 서울대에 진학시킨 뒤 윤인숙(60)씨가 자주 받는 질문이다. 한 명도 보내기 어려운 서울대를 세 명이나 보냈으니 그럴 만도 하다. 부모의 유전자가 남다르거나, 아이들이 유명 학군지에서 물샐틈없는 사교육을 받았을 거라 추론하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4년(2019~2022학년도)간 서울대 정시전형 합격생 5명 중 1명이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 출신이란 조사 결과도 있다.

하지만 윤씨가 삼형제를 키워온 과정은 이런 고정관념과는 거리가 멀다. 강남은커녕 비수도권인 충남 서산, 그것도 바닷가에 인접한 산업단지에서 외벌이로 아이들을 키웠다. 학원에 가려면 차를 타고 30분~1시간은 나가야 했다. 고등학생 땐 학원에 보낼 수도 없었다. 아이들이 기숙사 학교인 공주 한일고에 진학해 석 달에 한 번씩 집에 왔기 때문이다. 윤씨 부부 역시 내로라하는 명문대를 나온 것도 아니다.

삼형제는 서울대 경영학과 출신이다. 인문계열 중에서도 최상위권 학생이 진학하는 과다. 첫째 여호섭(33)씨는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후 현재 로스쿨에 다니고 있고, 쌍둥이인 호원‧호용(31)씨는 각각 서울대 자유전공학부(경영학‧컴퓨터공학)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함께 교육 스타트업을 창업했다.

윤씨가 한 명도 아닌 삼형제를 모두 서울대에 보낸 비결은 뭘까? 그는 ‘습관’을 꼽았다. 어렸을 때부터 몸에 익힌 공부 습관이 클수록 힘을 발휘했다는 것이다. 그는 눈사람을 만드는 것과 비슷하다고 했다. 초반에 눈을 단단하게 뭉쳐야 눈덩이를 크게 굴릴 수 있듯 어렸을 때 공부 습관을 잘 만들어 놓으면 클수록 실력이 커진다는 얘기다. 자신의 양육‧교육 노하우를 담아 펴낸 책을 『서울대 삼형제의 스노볼 공부법』이라고 제목 붙인 것도 그래서다.

습관이 중요하다는 사실은 모든 양육자가 알고 있다. 하지만 아이에게 좋은 습관을 갖게 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지난 7일 충남 서산에 있는 그의 집을 찾아 비결을 물었다.

박정민 디자이너

박정민 디자이너

👨‍🎓비결① 초등 땐 실컷 놀려라. 단, 할 일부터 하고

6시간49분 vs 49분.
한국 초등학생의 하루 평균 학습시간과 여가다. 공부시간이 놀이시간보다 6시간이나 더 많다(한국보건사회연구원 ‘2018 아동종합실태조사’). 굳이 이런 조사 결과가 아니어도 대다수 초등학생이 방과 후에 ‘학원 뺑뺑이’를 돈다는 건 공공연한 사실이다. 지난해 사교육비가 26조원으로 2007년 조사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고, 초‧중‧고교생 중 초등생의 사교육 참여율이 85.2%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하지만 윤씨는 “초등학생 때는 실컷 놀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초등 때부터 학습에 몰입하면 정작 공부에 몰입해야 할 시기에 지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는 “대입은 장기전”이라고 잘라 말했다. 실제로 윤씨는 아이들이 초등학생 때까지 사교육을 최소화하고, 최대한 뛰어놀게 했다. 다만 한 가지 조건이 있었다. 학교 숙제와 학습지는 먼저 끝낼 것. 그는 “이 습관이 공부하는 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이런 습관을 갖게 한 이유가 있나요?
‘습관이 인생을 만든다’고 하잖아요. 인생에서 좋은 습관을 갖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공부를 잘하게 하는 게 목표가 아니었어요. 이렇게 공부를 잘할 거라고 기대하지도 않았고요. 그냥 자신이 맡은 일을 성실하게 잘하는, 책임감 있는 사람으로 크길 바랐죠.
어떻게 습관을 길러주셨나요?
처음에는 그냥 지켜봤어요. 아이들은 하교 후 낮 12시30분쯤 집에 와서 밥 먹고 나가 놀기 바빴죠. 당시 사택에 살고 있었기 때문에 동네에 또래 친구도 많고, 저녁 늦게까지 안전하게 놀 수 있었거든요. 해 질 녘에 온몸이 땀 범벅이 된 채 돌아와서는 씻고 밥 먹은 후 숙제를 시작하더군요. 5~6시간 뛰어놀아 피곤한데 집중이 잘될 리가 있나요? 졸음이 쏟아지는지 꾸벅꾸벅 졸면서 하고, 글씨도 삐뚤빼뚤 썼죠. 숙제도 하는 둥 마는 둥 해갔고요. 그렇게 한 2주 정도 지켜보다 ‘안 되겠다’ 싶어서 결단을 내렸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