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데 와가 사진 찍습니꺼!” 살 떨린 ‘두목 결혼식’ 잠입

  • 카드 발행 일시2023.07.11

2023년 6월 25일 오후 부산 영주동의 K호텔. 검은색 벤츠 마이바흐 세단이 들어서자 건장한 남성들이 일제히 ‘굴신 인사(90도 인사)’를 했다. 호텔 입구에서 웨딩홀로 이어지는 로비에는 30대 남성 20명이 도열한 채 하객들을 맞았다. 그들 뒤로 ‘평택 00나이트 회장’ ‘000에셋 회장’ ‘0엔지니어링 전무’라고 쓰인 화환 수십 개가 병풍처럼 들어섰다.

‘신20세기파’ 두목 홍모(50)씨의 결혼식 풍경이다. ‘칠성파’와 함께 부산 양대 폭력조직으로 꼽히는 신20세기파는 영화 ‘친구’에서 동수(장동건 분)가 속했던 조직이다.

 지난달 25일 오후 4시40분쯤 신20세기파 두목 결혼식이 열린 부산 K호텔에서 조직원으로 보이는 남성들이 하객을 맞이하러 나가고 있다. 석경민 기자

지난달 25일 오후 4시40분쯤 신20세기파 두목 결혼식이 열린 부산 K호텔에서 조직원으로 보이는 남성들이 하객을 맞이하러 나가고 있다. 석경민 기자

기자는 지난 3월부터 조폭(조직폭력배)의 실태를 파헤치고 사회적 문제를 제기하려는 목적으로 ‘2023년 조폭의 세계’를 취재해 왔다. 이 과정에서 15명의 전·현직 조폭을 수차례 만나 그들의 경험담과 속사정을 청취했다.

‘신20세기파 두목의 결혼식’은 조폭 세계에서는 중요한 뉴스였다. 사전에 결혼식 소식을 접한 기자는 경찰청 관계자에게 “결혼한다는 두목이 누구냐”고 물었지만 “확인해줄 수 없다”는 답을 들었다. 이에 수소문에 들어갔다.

“25일 오후 5시 K호텔, 20세기파 홍 회장(홍씨의 별명) 결혼식 맞다. 가보시라. 건달들 많이 올 거다.”

취재 중 접촉했던 전직 조폭에게서 결혼 당사자가 ‘홍 회장’이라는 정보를 SNS를 통해 확보했다. 비행기 표를 끊고 하객처럼 보이기 위해 검은색 정장을 입고 부산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