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입니다. 협조 부탁드립니다.
2006년 10월 17일 씨티그룹 산하 씨티글로벌마켓증권(이하 씨티증권) 서울지점. 20~30명의 양복 차림 남자들이 들이닥쳤다. 이들은 손에 쥔 서류 몇 장을 들이밀더니 사무실 곳곳을 뒤지기 시작했다.
그중 한 명이 막 컴퓨터에 접속하려던 순간, 누군가 앞을 가로막고 빠르게 쏘아붙였다. 영어였다.
“자료는 홍콩 지사 서버에 보관돼 있는데 한국 검찰이 거기를 뒤질 순 없습니다.”
당황한 수사관들이 고개를 뒤로 돌렸다. 시선이 머문 곳에 외환카드 주가조작 의혹 사건 주임검사 이동열(전 서울서부지검장)과 한동훈(현 법무부 장관)이 있었다.
한동훈은 그로부터 한 달 전 금융감독원에서 넘어온 이 사건 자료를 살펴본 뒤 이동열에게 “형 이거 할 수 있어. 딱 보니까 되는 사건이야”라고 호언장담했다.(1회 참조)
호언이 허언으로 전락할 위기였다. 본류인 외환은행 헐값매각 의혹 사건 수사가 꽉 막혀 있던 그때 이 사건은 검찰의 유일한 돌파구였다. 이것마저 실패하면 론스타 수사는 더는 가망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