론스타 담판장, 은행원의 ‘볼펜’…그 펜이 3년 뒤 한동훈 살렸다 ⑧

  • 카드 발행 일시2023.06.20

심장이 뿜어낸 피가 초음속으로 퍼져 나갔다. 가슴은 쉴 새 없이 방망이질 쳤고 관자놀이는 빠개질 듯했다. 불안감이 엄습할 때마다 서류철 아래 묻어 둔 볼펜만 연신 만지작거렸다.

삼추(三秋) 같던 몇 각(刻)이 지나 겨우 밀실의 문이 열렸다. 그는 볼펜을 바지 주머니에 밀어 넣은 뒤 그곳을 빠져나왔다. 그걸 건네던 그에게는 겨우 한마디 남길 체력밖에 남아 있지 않았다.

빨리 녹음 풀고 받아쳐서 회의록 만들어.

2003년 11월 20일 서울 롯데호텔 회의실의 시공간을 종횡무진했던 그 말은 원래 잡혀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 그러나 은밀히 반입된 ‘보이스펜’ 속에 저도 모르게 감금됐고 3년 뒤 화려하게 부활해 이동열(전 서울서부지검장)과 한동훈(현 법무부 장관)의 천군만마가 됐다. 그리고 원래 주인인 론스타에 되돌아가 심장 한가운데에 꽂혔다.

2003년11월20일 외환은행 이사회가 열렸던 서울 롯데호텔. 사진 롯데호텔

2003년11월20일 외환은행 이사회가 열렸던 서울 롯데호텔. 사진 롯데호텔

주가조작 공모 이사회 극도 보안…녹음·출입 막은 론스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