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이 뿜어낸 피가 초음속으로 퍼져 나갔다. 가슴은 쉴 새 없이 방망이질 쳤고 관자놀이는 빠개질 듯했다. 불안감이 엄습할 때마다 서류철 아래 묻어 둔 볼펜만 연신 만지작거렸다.
삼추(三秋) 같던 몇 각(刻)이 지나 겨우 밀실의 문이 열렸다. 그는 볼펜을 바지 주머니에 밀어 넣은 뒤 그곳을 빠져나왔다. 그걸 건네던 그에게는 겨우 한마디 남길 체력밖에 남아 있지 않았다.
빨리 녹음 풀고 받아쳐서 회의록 만들어.
2003년 11월 20일 서울 롯데호텔 회의실의 시공간을 종횡무진했던 그 말은 원래 잡혀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 그러나 은밀히 반입된 ‘보이스펜’ 속에 저도 모르게 감금됐고 3년 뒤 화려하게 부활해 이동열(전 서울서부지검장)과 한동훈(현 법무부 장관)의 천군만마가 됐다. 그리고 원래 주인인 론스타에 되돌아가 심장 한가운데에 꽂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