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수부 문 닫아! 수사 안해!” 영장 세번 기각에 폭발한 檢 ⑨

  • 카드 발행 일시2023.06.27

내가 미국에서 증권법을 연구했던 사람입니다. 이게 주가조작 맞아요? 만일 그렇다 해도 피의자의 범행 가담 사실이 명확하게 입증됐습니까?

이론이 전부가 아닙니다. 실제 시장에 엄청난 악영향을 미친 심각한 사안입니다. 피의자는 적극적으로 가담한 정도를 넘어 주도자 중 한 명입니다.

말 속에 칼이 있었다. 목검처럼 무뎌 보이던 그 칼은 차츰 날이 서더니 이내 살갗을 긁어 생채기를 내기 시작했다. 종국에는 비수로 변해 살점과 뼈를 취하려 날아들었다.

2006년 11월 2일 서울중앙지법에서 벌어진 검투(劍鬪)의 쌍방은 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 민병훈(현 변호사)과 대검 중수부 연구관 이동열(전 서울서부지검장)·한동훈(현 법무부 장관)이었다.

외환카드 주가조작 의혹 사건으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론스타 코리아 대표 유회원은 자신의 영장실질심사 현장에서 조연으로 전락했다.

론스타 수사팀에 있었던 변호사 A는 “당시 영장전담 판사가 ‘내가 미국 어느 대학교에 유학할 때 증권법을 연구한 전문가’라면서 굉장히 현학적으로 얘기했고, ‘검찰은 증권법을 잘 모른다’는 식의 편견을 드러냈다. 그래서 이동열, 한동훈과 일대 설전이 벌어졌다”고 말했다.

하지만 칼자루를 쥔 쪽은 어디까지나 법원이었다. 민병훈은 다음 날 새벽 영장을 기각하면서 서늘한 쇳날을 검찰의 폐부에 박아넣었다. 검찰은 치명상을 입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