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 만나면 부처 죽여라”…‘예수의 칼’도 마찬가지였다

  • 카드 발행 일시2023.02.25

 부처를 만나면 부처를 죽여라, 왜 그런가

당나라 때 임제(臨濟, ?~867)라는 선사가 있었다. ‘임제의 할(喝)’로 유명한 그는 중국 선(禪)불교 임제종의 시조다. 그의 가르침을 담은 『임제록(臨濟錄)』에는 그 유명한 ‘殺佛殺祖(살불살조)’의 메시지가 담겨 있다.

동북아 선불교에 큰 영향을 미친 임제종을 창시한 임제 의현 선사는 “부처를 만나면 부처를 죽이고, 조사를 만나면 조사를 죽이라”고 강조했다. 왜 그랬을까. 백성호 기자

동북아 선불교에 큰 영향을 미친 임제종을 창시한 임제 의현 선사는 “부처를 만나면 부처를 죽이고, 조사를 만나면 조사를 죽이라”고 강조했다. 왜 그랬을까. 백성호 기자

수행자들이여! 법의 이치를 얻고자 한다면 사람에게 미혹되지 말아야 한다. 안을 향하든 밖을 향하든 만나는 대로 바로 죽여라. 부처(佛)를 만나면 부처를 죽이고, 조사(祖)를 만나면 조사를 죽이고, 아라한(羅漢)을 만나면 아라한을 죽이고, 부모를 만나면 부모를 죽이고, 친척 권속을 만나면 친척 권속을 죽여라. 그래야 비로소 해탈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사물에 구속되지 않고 자유자재하게 될 것이다.

불경스럽기 짝이 없다. 그리스도교식으로 풀면 “사도를 만나면 사도를 죽이고, 예수를 만나면 예수를 죽이고, 하느님을 만나면 하느님을 죽여라”는 말과 같다. 깨달음을 얻었다는 선사가 어떻게 이런 발언을 했을까.

그런데 선불교에서는 “부처를 만나면 부처를 죽이고(逢佛殺佛), 조사를 만나면 조사를 죽여라(逢祖殺祖)”라는 메시지를 깨달음의 문을 여는 열쇠로 본다. 왜 그럴까.

임제 선사는 진짜 부처를 죽이고, 진짜 조사를 죽이고, 진짜 부모를 죽이라고 한 게 아니다. 자신의 마음이 틀어쥐고 있는 ‘집착’을 죽이라고 했다. 그 집착이 만들어낸 관념의 상(相)을 죽이라고 했다. 부처에 대한 집착, 조사에 대한 집착, 부모에 대한 집착을 죽이라고 했다.

왜 그럴까. 집착으로 인해 우리가 진짜 부처, 진짜 조사, 진짜 부모를 보지 못하기 때문이다.

임제 선사는 “부처를 만나면 부처를 죽이라”고 했다. 이유가 있다. 부처가 내 안의 우상이 돼 있으면 가차없이 죽이라고 했다. 그래야 진짜 부처가 드러나기 때문이다. 중앙포토

임제 선사는 “부처를 만나면 부처를 죽이라”고 했다. 이유가 있다. 부처가 내 안의 우상이 돼 있으면 가차없이 죽이라고 했다. 그래야 진짜 부처가 드러나기 때문이다. 중앙포토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하는 까닭이다. 그래서 임제 선사는 모조리 죽이라고 했다. 자기 안에 있는 집착이든, 자기 밖에 있는 집착이든 상관없이 말이다. 대상을 가리지 말고 모두 죽이라고 했다. 예수도 그랬다. 칼을 내려치라고 했다. 아버지와 아들, 어머니와 딸, 시어머니와 며느리가 갈라서라고 했다. 원수가 되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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