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해” 빚 2억 떠안은 남편…80년대생 신혼부부의 죽음

  • 카드 발행 일시2023.01.31

2022년 3월 꽃샘추위로 봄기운이 미처 닿지 못했을 때였다. 남동생을 잃은 한 여성에게서 의뢰 전화가 왔다. 상담을 진행하면서 사연을 듣게 됐다. 지금까지 대화의 기억이 선연할 만큼 당황스러운 사연이었다.

남동생은 보험설계사였다. 어느 한 보험사의 소속이 아니라 여러 회사의 보험 상품을 판매하는 곳에서 근무했다고 한다. 1980년대생인 그는 한창 젊은 나이였고, 결혼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신혼의 남편이었다. 아이는 아직 없었고, 강아지 한 마리를 키우면서 아내와도 사이좋게 잘 살고 있었다. 누나는 동생의 인생이 괜찮게 굴러가고 있다고만 생각했다. 송파구에 전셋집을 마련할 정도로 수입도 괜찮아 보였으니까.

하지만 실상은 달랐다. 동생은 인센티브제로 수입을 올렸다. 유치한 고객이 납부한 금액의 일부를 나눠 받는 형식이었다. 채워야 하는 보험 가입자 수가 정해져 있고, 판매해야 하는 보험 상품 수량이 정해져 있었다.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땐 압박이 커지고, 수입은 줄어드는 구조였다.

고객 유치를 위해 첫 달은 대납해 주는 것이 보험설계사의 관례라고 했다. 보험료 한 달 치를 대납해 줘도 6개월 이상 보험이 유지만 된다면 보험설계사에겐 이득이었다. 그래서 이 같은 방식이 관례처럼 이어져 왔다고 했다. 하지만 보험 가입 후 6개월을 넘기지 못하고 해약할 경우 회사에서 받은 수당뿐 아니라 대납한 첫 달 보험료까지도 손해로 돌아온다고 했다. 해지를 막기 위해 다시 대납이 이어지며, 가랑비에 옷 젖듯 보험설계사의 빚이 늘기만 한다는 것이다.

고인의 상황이 그러했다. 가족은 물론 친척과 지인을 찾아다니며 열심히 영업을 했지만,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다. 수입은 점점 줄었고 오히려 적자가 나기 시작했다.

뒤늦게 상황을 알게 된 아내가 맞벌이를 위해 미용 기술을 배우기 시작했다. 하지만 기술이 하루이틀에 배워지지는 않는 법. 가정 형편은 급격하게 나빠지기 시작했다. 고인의 정신적 고통도 커졌다. 지독한 압박감이 고인을 짓눌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