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여름 고인의 딸에게서 의뢰가 왔다. 혼자 지내던 어머니가 고독사했고 꽤 오랜 기간 방치돼 특수청소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했다.
찾아간 곳은 경기도 성남에 위치한 다가구주택 반지하였다. 집은 불을 끄면 내 손조차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컴컴했다.
홀로 살았다는 고인의 집엔 냉장고가 두 대, 김치냉장고까지 있었다. 냉장고와 벽 사이 틈새엔 뭉쳐진 비닐 봉투들이 박혀 있고, 수납장마다 자잘자잘한 살림으로 가득 차 있었다. 중장년층 여성의 고독사 현장에서 보는 익숙한 장면들이다. 이들에겐 늘 짐이 많다.
한여름인데 집 안엔 보일러가 가동 중이었다. 고장 난 에어컨도 미지근한 바람을 내뿜고 있었다. 더운 날에 보일러가 돌고 있었으니, 상황은 좋을 수가 없었다. 온 집 안에 파리 번데기가 검은 쌀알처럼 퍼져 있었다.
현장에는 삼남매가 찾아왔다. 막내아들은 내 책을 읽었다고 했다. 안타까운 마음으로 책을 읽으면서도 남의 일이라고만 여겼다는데, 막상 자신에게 이런 일이 닥치고 나니 내 생각이 가장 먼저 났다고 한다. 직접 어머니의 흔적을 정리할 생각도 했지만, 너무나 처참한 현장을 수습할 도리가 없었다고 했다.
당연히 그럴 것이다. 수천 마리의 구더기는 기어 다니고 밟을 때마다 버석거리는 번데기와 성충이 되어 날아다니는 수백 마리의 파리가 집 안에 가득했다. 그래도 이건 견딜 수 있을 터. 생전 맡아 본 적 없는 시취(屍臭)는 아무리 자식이라고 해도 참아내기엔 어렵다.
“제가 들어가서 소독하고 고인의 마지막 흔적을 정리한 뒤에 들어오시면 될 것 같습니다.”
아직 오전인데도 땀이 줄줄 흘렀다. 뙤약볕 아래에서 기다려야 하는 유족이 마음에 걸려 일손을 재촉했다.
![[셔터스톡]](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301/20/7d29a7c8-9b11-4bc0-8e67-e174eaf02bca.jpg)
[셔터스톡]
고인은 생전에 당뇨병을 앓고 있었다고 한다. 병세가 깊어지는 중에도 계속 술을 찾았다는 건 뒤늦게 알게 된 사실이었다. 독립해 따로 살고 있는 자녀들은 술을 마시지 않는다는 어머니의 말을 믿었다. 하지만 알코올의 흔적은 뚜렷했다. 현관부터 빈 술병이 쌓여있었고 집 안 곳곳에서도 마시다 남은 소주병, 아끼듯 놓아둔 양주병 등 각종 술병이 눈에 띄었다. 사인은 저혈당 쇼크로 추정한다고 했다. 주방 겸 거실에서 사고가 발생했고 곁에 아무도 없었던 고인은 도움을 받지 못하고 사망했다.
일찍이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어머니가 홀로 삼남매를 키웠다고 했다. 성인이 된 자녀들이 둥지를 떠난 뒤 고인은 이 반지하집에 새롭게 정착했다. 자녀들의 사진이 가장 잘 보이는 곳에 놓여 있었고, 손주에게 받은 생일축하 편지와 어버이날에 받았을 카네이션도 보관돼 있었다.
정리를 마친 뒤 남매들을 집 안으로 불렀다. 들어서자마자 아들딸들의 울음이 터졌다. 술병을 보고 울고, 곱게 걸어 둔 카네이션을 보고 울고, 냉장고를 열어 보고도 울었다. 시선이 닿는 모든 곳에 어머니가 있었고, 남매는 기억을 공유하며 눈물을 훔쳤다.
마음껏 울 수 있도록, 어머니의 마지막 흔적을 살필 수 있도록 자리를 비켜줬다. 나도 모르게 깊은 한숨이 나왔다.
고인은 환갑이 되지 않은, 아직은 젊은 나이였다. 큰딸이 30대 중반, 막내아들은 아직 20대 초반이었다. 자식들은 어머니 걱정을 안 한 게 아니라 마음을 놓고 있었을 것이다. 가족들과의 추억이 집 안 곳곳에 자리한 걸로 미뤄 이들은 매일 함께하지는 못했을 뿐, 연락을 주고받으며 자주 왕래한 듯했다. 그러나 아주 잠깐, 서로가 바쁜 어느 한 시기에 불운이 찾아왔다.
누구의 탓도 아니었다. 어머니는 자식에게 짐이 되지 않으려고 했을 뿐이고, 혼자 지내는 시간을 술로 이겨내려 했을 뿐이다. 자식들은 젊은 날의 치열함으로 바쁘고 열심히 살았을 뿐이다.
하지만 불운으로 인한 그 끝은 참혹하다.
삼남매는 평생 내려놓지 못할 마음의 짐을 안고 살아가야 할 것이다. 술로 마음을 달래다 세상을 뜬 어머니를 생각하며 자책하고 후회하겠지…. 그리고 어머니는 사랑하는 자식들의 마음에 죄책감을 안기게 되어버렸다. 떠난 고인과 남겨진 자식들을 생각하면 안타깝다 못해 내 가슴까지 턱 막혀 온다.
누구나 제 자신의 끝을 모르고 살아가지만, 어떤 죽음보다 비참한 죽음이 바로 고독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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