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갑도 안 지난 모친의 죽음…누구 탓 아니다, 불운이었다

  • 카드 발행 일시2023.01.17

지난여름 고인의 딸에게서 의뢰가 왔다. 혼자 지내던 어머니가 고독사했고 꽤 오랜 기간 방치돼 특수청소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했다.

찾아간 곳은 경기도 성남에 위치한 다가구주택 반지하였다. 집은 불을 끄면 내 손조차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컴컴했다.

홀로 살았다는 고인의 집엔 냉장고가 두 대, 김치냉장고까지 있었다. 냉장고와 벽 사이 틈새엔 뭉쳐진 비닐 봉투들이 박혀 있고, 수납장마다 자잘자잘한 살림으로 가득 차 있었다. 중장년층 여성의 고독사 현장에서 보는 익숙한 장면들이다. 이들에겐 늘 짐이 많다.

한여름인데 집 안엔 보일러가 가동 중이었다. 고장 난 에어컨도 미지근한 바람을 내뿜고 있었다. 더운 날에 보일러가 돌고 있었으니, 상황은 좋을 수가 없었다. 온 집 안에 파리 번데기가 검은 쌀알처럼 퍼져 있었다.

현장에는 삼남매가 찾아왔다. 막내아들은 내 책을 읽었다고 했다. 안타까운 마음으로 책을 읽으면서도 남의 일이라고만 여겼다는데, 막상 자신에게 이런 일이 닥치고 나니 내 생각이 가장 먼저 났다고 한다. 직접 어머니의 흔적을 정리할 생각도 했지만, 너무나 처참한 현장을 수습할 도리가 없었다고 했다.

당연히 그럴 것이다. 수천 마리의 구더기는 기어 다니고 밟을 때마다 버석거리는 번데기와 성충이 되어 날아다니는 수백 마리의 파리가 집 안에 가득했다. 그래도 이건 견딜 수 있을 터. 생전 맡아 본 적 없는 시취(屍臭)는 아무리 자식이라고 해도 참아내기엔 어렵다.

“제가 들어가서 소독하고 고인의 마지막 흔적을 정리한 뒤에 들어오시면 될 것 같습니다.”

아직 오전인데도 땀이 줄줄 흘렀다. 뙤약볕 아래에서 기다려야 하는 유족이 마음에 걸려 일손을 재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