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내, 살아내” 위로의 말…그녀에겐 사치일 뿐이었다

  • 카드 발행 일시2023.01.10

소복하게 눈이 쌓인 그날 찾아간 곳은 젊은 여성의 자살 현장이었다. 고인의 어머니가 직접 내게 의뢰했다. 부모는 건물 2층에, 딸은 1층에 거주했다고 한다.

주인을 잃은 집은 휑하니 비어 있었다. 이렇게 살림이 없을 수 있을까. 유족이 벌써 짐 정리를 해둔 것일까. 전기까지 끊어 두어 집안은 어두컴컴했다. 조명을 챙기지 못했는데…. 어둡고 적막한 집안을 꽉 채운 건 번개탄 냄새뿐. 미처 빠져나가지 못한 매캐한 연기가 바닥에 가라앉아 있었다. 어두운 공간을 더듬더듬 정리하기 시작했다. 암흑 속에서 고인의 흔적을 수습하는 일, 마치 고인의 절망과 고통의 심연과 마주하는 느낌이 든다.

가스레인지 위에 번개탄을 피워 화재가 발생할 뻔했다고 한다. 화재 경보가 울려 고인은 발견됐다. 그러나 이미 시간은 흘렀고 그녀는 깨어나지 못했다.

셔터스톡

셔터스톡

고인이 마지막으로 누웠던 이부자리 옆엔 사용한 휴지가 잔뜩 쌓여 있었다. 마지막 순간까지 흘린 눈물은 어떤 의미였을까. 삶에 대한 미련을 끝내 떨쳐내지 못했던 걸까. 나도 모르게 새어 나오는 한숨을 억지로 삼켰다.

플라스틱 서랍장 속엔 아무것도 없었다. 텅텅 비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