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전체를 휘감은 악취, 그 뒤 걸려온 ‘희한한 전화’

  • 카드 발행 일시2023.02.07

유품 정리를 직접 하지는 않았지만 여전히 기억 속에 머무는 현장이 있다. 지난해 8월에 방문했던 그곳, 청주의 어느 아파트였다.

처음 존재를 알게 된 건 8월 중순께 아파트 입주민의 전화를 받으면서였다. 이사한 지 일주일이 되었는데 계속 악취가 난다고 했다. 살면서 경험해보지 않은 기묘한 냄새였지만, 심하지는 않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고 했다. 살림 정리에 몰두하느라 하루이틀 잊고 있었지만 점차 심해지는 악취를 참지 못하고 내게 연락한 것이었다. 화장실이나 베란다 환풍기, 하수구 배관이 집집마다 이어져 있는 아파트 특성상 이웃집 냄새가 넘어온 것일 수도 있다. 내게 전화한 입주민도 난생처음 맡아보는 악취에 설마 하는 생각으로 전화했을 뿐이었다. 내가 해줄 수 있는 답도 마땅히 없었다. 전화한 입주민이 구체적인 현장을 의뢰한 것도 아니고, 어떤 일이 실제 벌어지고 있는지 나로선 알 수 없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후 또 다른 입주민들이 내게 연락해 악취를 호소했다. 이번엔 6층 입주민이었다. 사흘 전 연락한 이는 8층 입주민, 두 사람은 서로 모르는 사이였다. 이번에도 어딘가에서 악취가 나는데 도대체 무슨 냄새인지 알 수가 없다고 했다. 집에 냄새가 밀려드는데, 우리집에서 나는 냄새는 아니고 원인도 모르겠으니 미칠 지경이라고 했다. 그러나 나는 이번에도 답을 줄 수 없었다. ‘이웃에서 고독사가 발생한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는 추측을 섣부르게 내뱉을 수는 없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약 1주일 뒤 장애인복지센터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일전에 고독사 예방 강연을 위해 다녀온 뒤 인연이 닿아 있는 복지센터였다. 지역에서 고독사가 발생해 악취로 인한 민원이 많은데, 관할 동사무소에서 지원 방안이나 행정 절차에 대해 아는 것이 없어 복지센터로 문의했고, 나에게까지 연락이 이어진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