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리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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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민주화개혁의 새 바람이 불고 있는 불가리아에서 정당소속이 아닌 주간지가 최근 난산 끝에 창간되었다.
경제전문지「비즈니스 맨」이 그것.
20명 남짓한 기자·스태프들을 이끌고 산파역을 수행한 발행자 겸 편집장 블라디미르 제그로프씨(31)는 사회당(구 공산당)기관지 듀마의 현역 외신부 기자 출신이다. 모스크바 대학에서 그가 주간지발행을 생각하기 시작한 것은 올해 초였다.
지난해 11월 지프코프 정권붕괴에 뒤따른 불가리아 개혁의 바람은 시민들의 정보욕구를 증폭시키고 있다는 것을 감지한 것이다.
경제전문지를 선택한 것은 지금까지 자칫 흥미본위로 흐르기 쉬운 사회관련 신문, 정치정보 중심의 당 기관지 등에 식상한 시민들이 객관적 보도를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선별된 정보망 속에 차단되어 왔던 불가리아에 있어 현재로선 가장 객관적인 보도가 가능한 것이 통계를 중시한 경제전문지인 셈이다.
영어판「비즈니스 브리지」도 함께 창간할 것을 결정한 제그로프씨는 편집 본부를 수도 소피아의 자택으로 삼고 기자들의 집이나 친구들의 회사 회의실을 전전하며 편집회의를 열어 왔다.
자금조달도 거의 대부분 이곳저곳의 기부금으로 충당했다.
아직 불가리아의 개혁은 제1단계에 불과, 독립된「상업」신문발행은 비합법적인 것으로 되어 있어 편집자들이 시민조직「경제이니셔티브」를 결성하고 결사등록을 마친 후 겨우 잡지발행권을 획득했다. 더욱이 종이·인쇄시설 등 이 절대적으로 부족해 불가리아 처음의 민간상업 잡지의 탄생은 대단한 산고를 겪을 수밖에 없었다.
「비즈니스 맨」「비즈니스브리지」는 창간예정일이 당초 각각 지난 3, 5월이었으나 정작 창간호가 빛을 본 것은 지난 6월이었다.
타블로이드판 8페이지 짜리 이들 잡지는 창간호부터 시민들의 열렬한 반응을 얻고 있다.
창간호는 독자들의 흥미를 끌기 위해 1면에 비즈니스맨의 성공담을 싣는 등 서구 잡지의 취향을 도입, 기존의 잡지들과는 크게 다른 편집으로 성공을 거둔 것이다.
불가리아에서 리비아로 이주한 사람의 운수회사 성공담은 동구개혁이 추구하고 있는 시장경제의 실례로서 독자들의 흥미를 끌기에 충분했다.
이들 잡지는 출간하기 무섭게 6천부가 팔려 나갔다. <김국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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