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교회장단 「으뜸벗모임」서 “우리것 찾기운동”나서(화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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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옷ㆍ학용품에 씌어진 외국어/한글로 바꿔주세요”/“우리말 우리글을 사랑하자”/서울대공원 입구서 캠페인/회장 「으뜸빛」 부회장 「버금빛」으로
『뜻모를 외국어에 마음상해요. 옷ㆍ학용품ㆍ거리간판에 씌어진 외국어를 한글로 고쳐주세요.』
544돌 한글날을 맞아 개구쟁이 어린이들이 무분별하게 외국어를 남용하는 「철없는 어른들」을 의젓하게 꾸짖고 나섰다.
국민학교 어린이회장단 단체인 「으뜸벗모임」회원 30여명이 9일오전 과천 서울대공원 입구에 모여 우리말ㆍ글ㆍ나라사랑하자는 「우리것 찾기 운동」을 벌였다.
어린이들은 「외국어보다 한글이 더 쉽고 예뻐요」 「우리말 우리글을 사랑으로 보전해요」 등 자신들이 직접 지은 글이 적힌 피킷을 들고 서울대공원에 놀러온 어른들과 어린이들에게 한글을 아끼고 사랑해 줄것을 호소했다.
이들은 또한 「내나라 내땅,우리글로 지키자」는 글귀가 적힌 노랑 어린이용 웃옷을 4천5백원에 팔고 책받침 3천개는 무료로 나누어 주었다.
『시내 중심가를 걷다보면 온통 영어로 적힌 간판들 때문에 세계일주를 하는 기분이에요.』
『잘난체 하며 외국어를 남용하는 어른들은 오히려 보기가 민망해요.』
『어떻게 외국어가 자존심과 인격을 높여주는 필수조건이 될수 있어요.』
「으뜸벗모임」의 「으뜸빛」 장용환군(12ㆍ망원국교6)은 줏대없이 아무때나 외국어를 입에 담는 어른들을 향해 따끔한 호소문을 또박또박 읽어나갔다.
「으뜸벗모임」은 뽀빠이 이상룡씨(46)가 운영하는 「한국어린이보호회」에 속한 각 국민학교 회장단으로 구성된 모임.
87년부터 꾸준히 어린이들의 옷ㆍ학용품 등에 씌어진 외국어를 추방하자는 계몽운동을 펴왔다.
한글을 사랑하는 마음에서 회장은 「으뜸빛」으로,부회장은 「버금빛」으로 부르고 있다.
이번 한글날 계몽운동을 위해 「으뜸벗모임」 어린이들은 갖가지 구호를 스스로 짓고 한글을 사랑하자는 내용이 담긴 노래를 만드느라 여러차례 모임을 가져왔다.
이들은 음란물로부터 어린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외설 포스터 추방운동」도 벌여왔다.
「으뜸벗모임」은 지난9월 숭신국교 등 5개 국민학교학생 1백20여명을 대상으로 옷ㆍ학용품에 씌어진 외국어에 대한 설문조사를 하기도 했다. 「왜 외국어가 적힌 물건을 사용하는가」라는 질문에 전체의 35.3%가 「한글로 쓰인 학용품이 없어서」,32.7%가 「부모 등 어른들이 사줘서」라고 대답했다.
지도교사 정영인씨(24ㆍ여)는 『말과 글이 문화의 근간임에도 불구하고 우리사회에는 우리말과 글을 천시하고 외국어를 선호하는 풍조가 만연한 실정』이라며 『나라의 주체성을 지키기 위해 자라는 새싹들에게 올바른 한글교육을 시키는 것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남정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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