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로 나간 제조업체 절반 "여건 나빠 국내 투자 포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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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류 제조업체 S사는 최근 캄보디아에 공장을 세웠다. 당초 국내 공장을 증설하려다 포기한 것이다. 이 회사 기획팀장은 "높은 임금과 물류비용 등으로 국내에선 채산성을 맞추기 어렵게 됐다"고 말했다. 해외 공장을 가진 국내 제조업체 둘 중 하나는 열악한 사업 여건 때문에 국내 투자를 포기하고 해외에 투자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상공회의소는 해외 진출 제조업체 229곳을 대상으로 '외국과 비교한 국내 투자 여건 만족도'를 설문 조사한 결과 52.3%가 이런 경험이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고 30일 밝혔다.

국내 대신 해외에 투자한 이유에 대해 절반 이상이 노사 문제 때문이라고 응답했다. 이어 ▶입지 확보 및 공장 설립 문제▶불리한 금융 여건▶복잡한 행정 절차 ▶과도한 조세 부담 순이었다.

이런 탓에 기업들은 해외 투자 여건엔 70.8점(100점 만점)을 준 데 비해 국내 투자 여건엔 58.8점으로 박한 점수를 줬다. 항목별로 노사 여건(국내 58.7점, 해외 73.5점)과 입지 확보 및 공장 설립 여건(국내 57.3점, 해외 71.0점)에서 격차가 컸다. 노사 여건의 문제점으로는 '지나친 임금 인상 요구'와 '낮은 노동생산성'을, 입지 확보 및 공장 설립 여건에선 '과다한 물류비용'과 '저렴한 임대용지 공급 부족'을 여럿이 꼽았다.

행정 여건(국내 59.6점, 해외 64.9점)이나 조세 여건(국내 59.9점, 해외 64.4점)은 상대적으로 점수 차가 크지 않았다. 하지만 행정 여건에선 '복잡한 행정 절차'와 '정책 일관성 부족'을, 조세 여건에선 '과도한 법인세 부담'과 '불필요한 세무조사' 등을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한상의 손영기 경제조사팀장은 "국내외 기업의 투자를 유치하려면 후진적인 노사 여건을 개선하고 임대료가 싼 산업단지를 개발하며 각종 규제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차진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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