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은 지금 명품들의 전쟁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13면

세계 최고의 명품 브랜드가 모이는 ‘칸 면세품 박람회’가 23일(현지 시각)부터 프랑스 남동부 휴양도시 칸에서 5일간의 일정으로 열리고 있다. 한 여성 관람객이 최신 패션으로 치장한 바비 인형들을 둘러보고 있다. [칸 로이터=연합뉴스]

프랑스 남부 휴양도시 니스에서 차로 한시간 가량 떨어진 칸의 '팔레 드 페스티벌'. 매년 세계 3대 영화제 중 하나인 칸 영화제가 열리는 곳이다.

1년 내내 영화제와 박람회로 호텔 예약이 힘들다는 칸에선 23일부터 세계 최대 규모의 면세품 박람회가 열리고 있다. 올해로 22회째인 이 박람회엔 샤넬.베르사체.페라가모.에르메스 등을 포함해 500개 기업 3000개 브랜드가 참가했다. 이 박람회를 주관하는 세계면세협회(TFWA)의 올리비에르 샤리오 대표(사진)는 26일 인터뷰에서 브랜드 전략에 대해 이렇게 조언했다.

"밖으로 눈을 돌려야 명품 브랜드로 클 수 있다."

그는 "명품 시장이 갈수록 성장하고 있다"며 "한국 기업들이 이런 시장을 뚫으려면 3박자를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먼저"소비자들이 브랜드만 보고 상품을 믿을 수 있도록 품질을 보장해야 한다"며 뭐니뭐니해도 기본이 중요하다고 했다.

또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려면 여러 나라 시장을 무대로 국제화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 다음에 광고.이벤트 등 활발한 마케팅 활동을 펼치면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 수 있다고 했다. 샤리오 대표는 "중국만 봐도 한국의 패션 브랜드들이 많은 인기를 얻고 있지 않느냐"며 "한국 회사들이 밖을 보면 그만큼 가능성도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삼성 같은 브랜드들이 면세품 박람회에 참여하면 좋겠다"며 한국의 일류 기업에게 러브콜을 보냈다. 소니도 봄에 열린 TFWA의 싱가포르 박람회에 참가해 브랜드 위상을 더욱 높였다고 그는 덧붙였다. 세계 최고의 면세품 박람회이므로 참가만 해도 브랜드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해마다 칸(10월)과 싱가포르(5월)에서 열리는 박람회에선 명품 회사들이 공들여 개발한 신상품을 들고 나와 바이어와 초청인사 등에게 선보인다. 판매 상담은 물론 경쟁사의 마케팅 전략과 신상품을 탐색하는 정보전도 뜨겁다. 칸에서도 불가리 등의 명품 전시장에선 경호원들이 입구를 철통같이 지켜서 '초대받지 않은 손님'들의 입장을 막았다. 경쟁사에 노출되는 것을 피하고 초대받은 '큰 손'들만 모시겠다는 전략이다. 화장품 브랜드 '라 프레리'는 아예 매장을 은행의 대형 금고처럼 두꺼운 철문으로 꾸며 일반인의 접근을 차단했다. 올해 처음 참가한 KT&G의 부스에도 경쟁사 직원들이 기웃거리며 정보를 얻어가기도 했다.

샤리오 대표는 "박람회에 아무 업체나 참가해 브랜드 경쟁력을 높이는 기회로 활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며 "상품이 세계에서 얼마나 잘 알려졌는지가 중요하다"며 브랜드 영향력을 재차 강조했다.

칸=김준술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