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보험금요? 시효 끝나 못 드려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2면

자동차 보험금을 제대로 받지 못한 사실을 뒤늦게 알고 보험금을 청구한 교통사고 피해자에게 상당수 보험회사가 소멸시효를 이유로 지급을 거절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험소비자연맹은 4~5월 자동차보험 가입자로부터 1026건의 보험금 누락 민원을 접수해 보험사에 청구했지만 이 중 26%(183건)에 대해 보험사들이 소멸시효를 이유로 지급을 거절했다고 26일 밝혔다. 연맹은 보험금 지급을 거절한 보험사를 금융감독위원회와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할 계획이다. 제소 이유는 우월적 지위를 남용해 보험금을 고의로 지급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연맹이 밝힌 사례를 보면 경기도에 사는 차모(49.여)씨는 2003년 3월 사고로 승용차를 폐차했을 때 80여만원의 차량 대체비용(새 차를 샀을 때 드는 취득.등록세 등)을 받지 못한 것을 뒤늦게 알고 최근 보험사에 이 돈의 지급을 신청했다. 보험사는 그러나 손해배상 청구시효 3년이 지났다는 이유로 지급을 거절했다.

보험소비자연맹 오한나 팀장은 "대한화재와 신동아화재 등은 소멸시효 경과에 관계없이 보험금을 지급했지만 중대형 손보사들은 소멸시효를 들어 지급을 거절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한국소비자보호원은 손해보험사와 공제조합이 교통사고 피해자에게 렌터카 비용, 차량 대체비용 등 지급하지 않은 보험금이 연간 9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했다. 연맹은 이를 근거로 지난 10년간 누락 보험금이 총 50만 건, 9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했다.

오 팀장은 "가입자가 미처 몰라 제대로 받지 못한 보험금을 손보사가 소멸시효를 내세워 주지 않겠다는 것은 비도덕적 행위"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대형 손보사 관계자는 "법적으로 소멸시효가 지난 보험금을 지급할 근거가 없다"며 "보험금 미지급을 막기 위해 업계 공동으로 안내 포스터를 게시하고 보상담당 직원에게 철저히 안내하도록 교육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창규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