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승균이 상대 수비수를 제치고 골밑을 향해 드리블하고 있다. [연합뉴스]
부산 사나이 추승균은 지는 것을 싫어하지만 나서는 것도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공격보다는 수비에 치중하면서 팀을 위해 묵묵히 일을 하는 스타일이다. 우수 수비상과 리그 수비 5걸에 단골로 등장하는 그였지만 화려함과는 거리가 멀고 빛나는 상을 타본 적이 없다. 그러나 조용한 듯한 그의 경기 뒤 기록을 살펴보면 전문 공격수보다 뒤지지 않는다. 9시즌 평균 15.5득점에 2.6리바운드, 2.7어시스트를 기록, 소리 없이 강한 남자라는 별명이 붙었다.
조성원이 은퇴하고 민랜드도 LG로 떠난 올 시즌 추승균이 요란해졌다. KCC의 환상 특급에서 남은 건 이상민과 추승균뿐이다. 이제 두 노장이 KCC를 책임져야 한다. 이제 빼고 양보하고 그럴 여유가 없다.
이상민과 추승균은 삼성의 장대 숲에서 36득점, 8리바운드, 21어시스트를 합작하며 펄펄 날았다. 3쿼터가 끝났을 때 13점이나 뒤졌지만 4쿼터에서 불꽃같이 일어나 동점을 만들었다. 4쿼터 종료 1분52초 전 드리블하던 이상민이 속도를 이기지 못하고 관중석에 충돌, 코트에서 물러났다. 이상민이 떠나면서 패색이 짙었지만 추승균 깃발 아래 모인 KCC는 약체가 아니었다. KCC는 종료 버저와 동시에 터진 바비 레이저의 탭 슛으로 경기를 연장으로 돌렸다.
연장에서 추승균은 상대의 압박 수비를 뚫고 동료에게 완벽한 찬스를 만들어줬다. 추승균이 만들어준 오픈 공격에서 그랜트가 두 차례 3점슛을 꽂아 결국 거함 삼성을 잡았다.
성호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