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 장관 성적표는 북한이 매긴다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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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석 장관이 북한 핵실험 사태에 책임을 지고 취임 8개월 만에 사의를 표명하자 관가에서는 '통일부 장관 성적표는 북한이 매긴다'는 말이 나온다. 업무 수행이나 조직 관리 능력 같은 장관의 기본 덕목보다는 북한과의 관계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느냐에 따라 명암이 엇갈리기 때문이다.

김대중 정부에서 두 차례나 통일부 수장을 지낸 임동원 장관의 경우 2001년 8.15 통일축전 때 방북단 일부 인사의 친북 소동이 문제가 돼 국회에서 해임안이 가결됐다. 그의 해임은 공동정권이었던 자민련 김종필 총재가 주도했다. 임 장관은 2000년 6월 국정원장 재직 때 남북 정상회담을 성사시켜 DJ 정부 최고 대북 외교안보 실세로 부상했지만 결국 돌발사태로 낙마한 것이다. 외교부 장관 출신의 홍순영 통일부 장관은 2001년 11월 금강산에서 열린 6차 장관급회담 직후 사표를 내야 했다.

당시 북한의 고압적 태도와 '주적론 철회' 등 과도한 요구에 불응해 회담을 결렬하고 돌아와 '원칙을 지켰다'는 찬사도 받았다. 하지만 북한의 해임 요구와 대북 관계를 악화시켰다는 정부 내 비난 여론에 떠밀려 임명 넉 달 만에 도중 하차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대북 정책의 주무부서로서 장관의 업무 성과가 결국 남북 관계에서 판가름나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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