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부촌 주민들, 먼지에 추위에 '속앓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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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사진=중앙포토)

'빛 좋은 개살구?'

손 꼽히는 부촌인 강남의 일부 주상복합건물과 아파트 주민들이 환기.일조 문제 등으로 큰 불편을 겪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이미지와 집값 하락을 걱정해 내색하지 못하고 속앓이만 하고 있다고 노컷뉴스가 22일 전했다.

도곡동 A주상복합 47평형에서 2년째 사는 A(30.여)씨는 한달 전 부동산중개업소에 집을 내놨다. 생후 5개월 된 딸을 위해 같은 건물의 햇볕이 드는 60평대로 옮기기 위해서다. 그는 "지금 집이 동북향이어서 햇빛이 전혀 들지 않는다"며 "겨울엔 너무 춥고 여름에도 가끔 추위를 느낄 정도"라고 불편을 호소했다.

7~8억원을 더 주고 남향쪽으로 집을 옮겨도 문제가 없는 게 아니다. 남향집은 환기가 잘 안 돼 여름이면 종일 에어컨을 켜놔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 건물의 아파트는 통유리 구조여서 창문이 한 뼘 정도만 열렸다. 주민들은 "종일 집에 있으면 머리가 아플 지경"이라고 하소연했다. 그러나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기계장치인 강제순환 시스템으로 공기조절과 환기를 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주민들 사이에서는 출입구가 하나밖에 없어 화재 등 위기 상황에 취약하다는 걱정이 나온다. 하지만 A씨는 주상복합을 떠날 생각은 하지 않고 있다. 최고급 주상복합건물에 산다는 자부심이 불편을 감내하게 하기 때문이다.

대치동의 한 초고가 아파트 주민들은 인근 아파트 재건축 공사로 소음과 먼지에 시달리고 있다. Y모(53) 주부는 "주변 아파트 재건축으로 한동안 소음에 시달리다 요즘은 먼지가 날아들어 쓸고 닦다 보면 하루가 다 간다"고 푸념했다. 이 재건축 아파트 공사가 끝나도 다른 재건축 아파트 공사들이 줄줄이 기다리고 있어 한동안 소음 먼지 피해는 계속될 전망이다. 이 때문에 Y씨는 집을 전세 놓고 다른 동네로 이사가기로 했다.

이 아파트의 일부 평형 주민들은 환기가 제대로 안된다는 불만을 전했다. 주상복합건물처럼 창문이 통유리 구조여서 활짝 열리지 않는다. 53평형은 한 방향으로만 창이 나있어 들어온 공기가 빠져나가지 못한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이 아파트의 매매가는 평당 4000만원을 넘을 정도로 최고가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주민들이 불편을 꾹 참고 살 수밖에 없는 것은 집값 때문이다. 종합부동산세,1가구 2주택 양도세 중과 등 정부가 각종 '집값 잡기' 정책을 쏟아내도 이 동네 집값 만큼은 계속 오르고 있다. 올해 초 도곡동의 초고가 아파트에 전세 입주한 M(59)씨는 "화장실에서 퀴퀴한 악취가 나 숯을 잔뜩 갖다 놓고 24시간 환기팬을 돌리고 있다"며 "아파트 전체가 그렇다는 데도 집값 떨어질걸 의식해 주민들이 입을 다물고 있다"고 말했다. 이 아파트의 일부 평형은 배수관 설계가 잘못돼 화장실에서 퀴퀴한 악취가 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갓 돌을 지난 딸을 둔 Y(32.여)씨는 "베란다 난간 틈이 넓고 흔들려 불안하다"며 "소문날까 봐 난간 공사를 따로 하려니 억울한 생각이 든다"고 속상해했다.

디지털뉴스 [digit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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