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계의 로또' 북새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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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작품 496점을 60만원 균일가로 판매해 일명 '60만원전'으로 불린 서울대 미대 개교 60주년 기념동문전이 21일 막을 내렸다. 관람객들이 입장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신동연 기자

'하루 평균 2500명씩 10일 동안 3만여 명 관람, 1만5000여 명이 7만5000여 건의 작품 구매 신청…'.

21일 마감한 서울대 미술대학 개교 60주년 기념 동문전이 세운 기록이다. 행사에는 미대 동문의 회화.조소 작품 500여 점이 전시됐다. 작품 496점을 60만원 균일가에 판매한다고 해 '60만원전'이란 별명이 붙은 이번 전시는 개막전부터 관심을 모았다. 권순형.윤명로.이신자.이종상.최종태 등 원로들의 작품이 10분의 1 이하의 가격에 나왔기 때문이다. 전시작 중에는 시중에서 300만원 이상 호가하는 중견 작가들의 작품과 1000만원대의 원로작가의 작품이 포함됐다고 한다. "미술시장 질서를 교란한다"는 화랑계 일부의 반발도 있었다.

미대 측은 '싹쓸이 방지'를 위해 1인당 5점까지로 구매를 제한했으며, 구매신청서를 모아 23일 경찰 입회 하에 추첨한다. 집계 결과 작품 구매경쟁률이 평균 150대 1을 기록했으며, 윤명로.이종상 서울대 명예교수 등 원로의 작품은 1000대 1 이상의 경쟁률을 보였다. '60만원전'이 '미술계의 로또'로 알려지면서 개막일인 12일부터 마감일까지 작품이 전시된 서울대 박물관 안팎은 줄곧 북새통을 이뤘다. 박물관 주변엔 관람객들이 타고 온 차량으로 때아닌 교통혼잡이 빚어지기도 했다.

관람객들은 미대 측이 제공한 작품 목록에 표시를 하고, 주변의 대화를 귀동냥하는 등 시종 진지했다. 곽정희(54.여.서울 강남)씨는 "미술전시장에 다니는 것을 좋아하지만 워낙 비싸 엄두를 못 냈었다"며 "60만원이라기에 소장용으로 작품을 사기로 했다"고 말했다.

신현중 조소과 학과장은 "서울대가 국민 세금으로 커온 것을 보답하는 차원에서 동문 작가들의 작품을 균일가에 내놓는 행사를 마련했다"며 "이번 전시회를 계기로 미술품을 즐기는 사람이 더욱 많아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판매 수익의 절반은 작가가 받고, 나머지는 서울대 발전기금에 기탁된다.

권근영 기자
사진=신동연 기자 <sdy1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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