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북한교류 본격추진/전담기구ㆍ인력보강 한창(경제산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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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중기진출도 활발,직교역길 터야
북한과의 경제교류를 확대하려는 재계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종합상사ㆍ중견무역업체 등 관련업계와 경제단체들마다 전담인력ㆍ기구를 보강하고 교역품목을 늘리는등 다각적인 경제협력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재계는 우선 최근의 국내외 정세변화가 남북교역 관계개선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오는 9월의 남북총리회담때 85년이후 중단돼온 경제협력논의가 재개될 예정인데다 8ㆍ15범민족대회와 이를 위한 북한대표단의 서울방문등이 그같은 개선의 출발점이 되지 않겠느냐는 판단이다.
소련ㆍ동구의 개방,동서독의 통일논의 등 탈이데올로기의 국제적 해빙무드도 고무적인 현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무역협회와 종합상사등은 지난 13일 「남북교역추진민간협의회」를 구성한데 이어 전경련도 「북방경제특별위원회」를 본격 가동하고 업체간 공동보조에 나서고 있다.
삼성물산은 최근 북한산광물을 도입하고 가방류 또는 섬유류를 공급하는 구상무역을 추진중이고 선경ㆍ쌍용은 비철금속,현대는 수산물도입을 계획하고 있다.
럭키금성상사는 하반기에 5백만달러어치 이상을 도입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동아제약이 최근 소련 하바로프스크의 소련ㆍ북한 합작제약회사에 자본을 참여시켜 북한과의 간접합작을 꾀하는등 교류방식도 다각화되는 추세.
또 ㈜대우는 최근 회장비서실에서 맡아왔던 북한관계업무를 확대키 위해 전담팀을 신설했고 쌍용ㆍ럭키금성등도 금명간 전담 부서를 설치할 계획이다. 특히 최근에는 세진물산이 북한산 철근 1천9백t을 들여온 것을 비롯,㈜유성ㆍ두성통산 등 중소ㆍ중견 무역업체들이 잇따라 참여하면서 지난해까지만해도 종합무역상사의 독무대였던 대북교역의 판도가 크게 바뀌고 있다.
대성산업의 홍콩 현지법인 코월드사가 최근 북한측으로부터 20여종의 광물도입을 추진하고있는등 올해 대북교역의 30%가량을 이들 중견ㆍ중소업체들이 차지할 전망이다.
그러나 북한과의 본격교류를 위해서는 아직 숱한 난관이 가로놓여 있는 실정이다. 가장 큰 문제점은 북한의 폐쇄성.
최근 국내업체가 시멘트 도입을 추진하려다가 북한측이 전략물자로 간주해 좌절되는 등 북한측이 교역에 소극적인 태도를 계속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직접교역이 이뤄지지 못한채 여지껏 간접교역에만 의존하고 있는 상태.
일본ㆍ홍콩 등지의 중개상을 보통 거치고 있으나 이들 중개상이 교역추진의 어려움등을 내걸고 높은 마진을 요구하고 있어 경제성도 확보되지 못하고 있다.
또 정치적인 변수에 의해 큰 영향을 받는 것도 취약점으로 꼽히고 있고 북한물자의 품질이 뒤떨어지는 것도 교역확대의 장애요인이 되어왔다.
지난 88년 「남북교역을 민족내부교역으로 간주한다」는 정부의 7ㆍ7선언이후 남북교역이 시작된뒤 지난달까지 총교역량은 98건 3천89만달러어치.
매년 50억∼60억달러어치 이상을 교역하고 있는 동서독이나 중국ㆍ대만과 비교하면 아직 천양지차인 셈이다.
또 남북교역 98건중 국내물자의 반출은 3건에 불과하고 나머지 95건은 모두 북한물자를 반입한 경우였으며 품목도 광산물ㆍ기계ㆍ기호품 등 일부에 국한돼 있는등 질적으로도 크게 미흡한 실정.
이에 따라 교류확대를 위해서는 교역가능한 품목을 늘리고,간접교역보다는 직교역으로의 전환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또 물자교역외에 합작투자나 철도ㆍ항만 등 편의시설 상호제공등 경제협력방식을 다양화하는 문제도 과제로 남아있다.<민병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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