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쿠웨이트 석유분쟁 격화/“영토침범 채유”서로 비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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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세력다툼이 불씨… 페만에 긴장 높아
【바그다드ㆍ쿠웨이트 로이터ㆍAP=연합】 이라크와 쿠웨이트가 서로 상대방이 자신의 영토를 침범해 석유를 뽑아내고 있다고 비난하면서 아랍연맹에 분쟁해결을 각각 촉구하고 나섬으로써 페르시아만 지역에 긴장감이 고조되기 시작했다.
이라크는 이와 관련,후세인 대통령이 이번 양국간 마찰에 소신있게 대처해 나갈 수 있도록 한다는 명분하에 후세인을 종신 대통령으로 추대하는 개헌안을 전격 승인했으며,쿠웨이트도 이에 맞서 각료 3명을 인근 중동국가들에 긴급 파견,반이라크 외교전에 본격 돌입하는등 강경 대응조치들을 취해나가고 있다.
관측통들은 아랍진영을 주도해온 사우디아라비아의 파드 국왕이 직접 중재에 나선 것으로 전해진 이번 분쟁의 1차원인이 석유수출국기구(OPEC) 산유쿼타 및 유가문제로 지적되고 있으나 실상은 아랍권의 세균형이라는 보다 근본적인 차원에서 비롯된 갈등이라고 분석하면서 전세계 확인 원유매장량의 70%를 확보하고 있는 페르시아만 지역의 내분이라는 점을 특히 우려했다.
후세인 대통령은 지난 17일 이라크 혁명기념일 연설을 통해 쿠웨이트가 산유쿼타를 무시하는 자의적인 석유정책을 통해 아랍권의 이익을 침해하고 있다고 비난하면서 개선조치가 취해지지 않을 경우 「모종의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쿠웨이트도 이에 맞서 18일 의회 기능을 대행중인 국가평의회를 긴급 소집,이라크가 쿠웨이트 영토내에 들어와 『석유를 훔쳐가고 있다』는 내용의 규탄안을 채택,역시 아랍연맹본부에 발송했다.
석유 전문가들은 페르시아만 지역이 세계 확인 원유매장량의 70%를 점하고 있는 전략요충임을 상기시키면서 이번 마찰이 오는 26일 제네바에서 소집예정인 OPEC 전체회동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유가올라 산유쿼타는 문제 안돼/이라크서 전쟁빚 안갚을 속셈도(해설)
이라크의 대쿠웨이트 강경비난으로 인해 8년에 걸친 이란ㆍ이라크전 종전이후 2년간 평화가 유지돼오던 중동에 또다시 심상찮은 전운이 감돌고 있다.
이라크와 쿠웨이트간의 이번 충돌은 아랍에미리트연합(UAE)과 쿠웨이트가 최근 산유쿼타 준수를 확약했고,그동안 속락세를 보이던 유가가 반등추세를 보이고 있는 시점에서 표면화됐다는 점에서 석유문제보다는 아랍세균형이라는 보다 근본적인 문제에서 비롯된 것으로 파악해야 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와 함께 이란과의 전쟁기간중 쿠웨이트와 사우디아라비아로부터 대략 7백억달러의 자금지원을 받은 이라크가 자국재정상의 어려움을 들어 이의 채무상환 불이행을 위한 「강경 선수치기」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도 분석되고 있다.
정치적으로 불안감을 조성,경제적 실리를 챙기기 위한 전략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페르시아만 협력기구(GCC)의 대부격인 사우디아라비아가 사태악화를 우려,적극적인 중재에 나서고 있고 당사국인 쿠웨이트 또한 외무장관을 이라크에 파견하는등 다각적인 외교활동을 추진중에 있어 의외로 이번 사태는 「일과성 태풍」으로 끝날 가능성도 높다.〈이춘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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